[흔들리는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 인플레 목표 오히려 위험"

간노 마사아키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

국채매입 중단땐 시장 패닉…4분기 추가완화 조치 전망
“2년 내 2%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달성이라는 아베노믹스의 목표는 실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현되면 오히려 위기를 초래할 겁니다.”

간노 마사아키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는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을 의미하는 아베노믹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엔화가치가 10% 절하될 때 물가는 0.1%밖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론상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올라 전체물가 역시 상승해야 하지만 일본은 복잡한 유통경로를 거치면서 가격상승 효과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일본 초대형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비싸진 수입 상품을 자체상표(PB) 상품으로 대체해서 판매하는 식이다. 그는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엔화가치가 150% 절하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아베노믹스의 목표대로 일본 경제가 2년 뒤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면 위험한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간노 이코노미스트는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면 초인플레이션 상태를 의미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일본은행(BOJ)이 국채 매입을 중단할 것”이라며 “2%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예금에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돼 일본 투자자들이 실물자산을 사거나 해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국채를 대부분 내국인이 소화하는 일본 채권시장의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간노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지만 거의 외국인 투자자 때문”이라며 “물가가 상승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물가연동채권에 외국인만 투자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밑돌기 때문에 결국 BOJ가 오는 4분기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BOJ의 주식 투자 비중이 적기 때문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입량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2% 인플레이션을 5~10년에 걸쳐 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재정건전화와 구조개혁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자산가격의 거품이 빠지면 또 다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