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베라크루즈, 빵빵한 6기통 디젤엔진 정숙·주행·안전성 '듬직'…그런데 가격은 좀 내리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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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기자의 '이 車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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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크루즈의 진짜 매력은 주행성능에 있었다. 정지상태와 주행 때는 가솔린 엔진으로 착각할 정도로 소음과 진동을 잘 억제했다. 가속 때 들리는 배기음이 비로소 디젤 엔진임을 알게 해줬다. S엔진의 파워는 부족함이 없었다.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46.0㎏·m의 힘은 큰 차체를 부드럽게 끌고 나갔다. 고속주행 안전성도 만족스러웠다. 이전에 시승했던 싼타페 7인승 모델 맥스크루즈의 4기통 엔진과 비교했을 때 6기통 디젤 엔진의 우위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핸들링이 직관적이거나 코너를 날카롭게 돌아나가진 않았다. 역동적인 성능보다 부드럽고 여유있는 주행에 집중했다.
지난해 베라크루즈의 운명은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웠다. 현대차가 같은 7인승 모델인 맥스크루즈를 내놓으면서 베라크루즈를 단종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고민 끝에 베라크루즈를 계속 판매하기로 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렉서스 RX350과 같은 럭셔리 모델을 겨냥해 개발한 플래그십 SUV로서 의미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반응도 꾸준하다. 맥스크루즈 출시 후에도 베라크루즈(3842만~4483만원)는 월 300여대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4000만원대의 국산차를 산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베라크루즈는 수입차의 대항마로 어느 정도 제 몫을 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가격을 조금 낮출 필요는 있다. 출시된 지 6년이나 됐으니 한 번쯤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해도 되지 않을까? 수입차들처럼 말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