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더블데커로 '환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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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안착했는데…내 펀드는 여전히 마이너스서울 성동구에 사는 정영태 씨(38)는 31일 작년 말 가입한 국내 대형 우량주 펀드의 수익률을 확인해보고 크게 실망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재돌파했지만 자신의 펀드 수익률은 -2%를 기록 중이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주가가 전반적으로 올랐는데 수수료를 내고 가입한 펀드에선 손실이 났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중소형주 올 11% 수익냈지만 하반기엔 대형주가 유리
해외 채권으로 수익 내고 신흥국 통화로 2차 수익 내는 '더블데커' 펀드 관심 둘 만
< '더블데커' : 해외채권·통화에 함께 투자 >
펀드 가입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대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탓이다. 대형주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수익률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종전처럼 ‘중소형주 독주-대형주 소외’의 펀드 시장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형주·중소형주 수익률 역전
5월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1년 이상 강세를 이어온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반면 지지부진했던 대형주 펀드가 날아올랐다. 펀드평가 업체인 제로인에 따르면 대형주 펀드의 5월 평균 수익률은 1.02%(27일 기준)로, 중소형주 펀드(0.08%) 대비 0.94%포인트 높았다. 전 달만 해도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은 10.96%로, 대형주 펀드(-0.91%)를 크게 앞질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31일 ‘공수전환’이란 보고서를 통해 “대형주가 시장의 주도주로 부각되면서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오히려 낮아졌다”며 “투자자들은 중소형주 또는 가치주 중심에서 균형을 추구하느 쪽으로 관점을 바꿔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펀드에 가입할 땐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둬야 하지만 주식형 펀드는 시기에 따라 탄력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가세…대형주펀드 유망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는 대형주 펀드가 상대적으로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가세로 가격 매력이 높아진 대형주의 반등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며 “특히 대형주와 중형주가 균형있게 편입된 펀드로 리모델링하는 게 초과 수익을 내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계속 보유하기보다는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많이 올랐다고 판단되면 일부 차익실현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상무는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높다 보니 대형주 펀드를 환매하고 중소형주 펀드로 갈아타는 사람이 많다”며 “일반적으로 펀드 자금 유입과 환매는 시장에 후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그동안 자금 유출이 많았던 대형주 펀드에 투자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공모형, 27일 기준)에서 올 들어서만 2조7664억원의 자금이 빠졌다. 대형주 편입비중이 높은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두드러진다. ◆수익·환차익 좇는 ‘더블데커’ 관심
해외 채권과 신흥국 통화에 투자해 이중의 수익을 노리는 일명 ‘더블데커 펀드’에 대한 관심도 점차 늘고 있다. 더블데커 펀드는 2009년 일본 노무라증권이 처음 도입해 큰 인기를 끈 상품으로, ‘2층 버스(double decker)’에서 이름을 따왔다. 하이일드 펀드나 신흥국 채권으로 기본적인 수익을 내는 ‘1층’과 신흥국 통화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내는 ‘2층’ 구조다. 신흥국에 자본이 유입돼 현지 금리가 떨어지고 통화가치가 오르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유리자산운용은 다음달 중순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을 통해 더블데커 펀드를 사모 방식으로 출시한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흥국 회사채와 현지 통화에 투자하는 ‘베어링이머징마켓회사채 펀드’ 인가를 받았다. 곽태선 베어링운용 대표는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은 상품”이라고 했다. 글로벌 채권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상당수 신흥국의 환율이 불안정하다는 점은 투자 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과 달리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싫어하고 신흥국 통화에 베팅하는 상품을 생소하게 느끼기 때문에 얼마나 인기를 모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재길/안상미/조귀동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