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빌딩 대출금 상환에 이재현 회장 비자금 사용 정황

검찰은 CJ 일본법인장이 개인 회사인 ‘팬(PAN) 재팬’ 명의로 사들인 도쿄 빌딩의 대출금을 갚는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자금이 쓰인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최근 신한은행 본점에서 압수한 금융거래 자료 분석과 이 회장의 차명계좌 거래내역 등의 추적을 통해 도쿄 아카사카 빌딩의 대출금 변제에 이 회장의 비자금이 섞여 들어간 정황을 잡은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검찰과 금융계에 따르면 팬 재팬은 2007년 1월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아카사카 지역 빌딩 매입을 목적으로 21억5000만엔을 대출받았다. 이 회사를 운영한 배모 당시 CJ 일본법인장은 은행 측에 CJ 일본법인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CJ 일본법인 명의로 보증을 서준 것으로 전해졌다. 팬 재팬은 이 돈으로 아카사카 빌딩을 산 뒤 임대 사업으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팬 재팬은 2007년부터 분할 납부 방식으로 신한은행 측에 약 25억원을 상환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비자금이 세탁됐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은행에서 합법적으로 대출을 받은 뒤 대출금 상환에 비자금을 섞는 것은 전형적인 비자금 세탁방식”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빌딩의 실소유주가 이 회장인지 여부도 확인중이다. 만약 이 회장이 개인 소유 목적으로 팬 재팬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이 빌딩을 매입하면서 CJ일본법인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보증을 서도록 했다면 배임 혐의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회장의 해외비자금 관리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신 전 부사장을 이르면 이번 주중으로 소환할 전망이다. 검찰의 수사 속도에 비춰 이 회장의 소환일정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