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왼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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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왼손잡이, 특히 여성 왼손잡이 시구자는 눈에 확 띈다. 지난달 2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배우 이해인이 왼손으로 던졌다. 앞서 배우 박세영과 복싱을 겸업하는 이시영도 왼손으로 시구했다. 신세경은 TV드라마에서 왼손으로 그림을 그려 관심을 모았다.
왼손잡이는 세계적으로 열 명 중 한 명꼴이다. 서구에선 10~12%, 우리나라는 5% 안팎이다. 왼손잡이는 마이너리티(소수자)여서 그것을 지칭하는 언어에서부터 왼손 터부(taboo)가 확실하다. 우리말의 오른손은 ‘바른 손’이지만 왼손은 ‘그르다’의 옛말인 ‘외다’에서 나왔다. ‘왼고개를 젓다’고 하면 반대, 부정의 의미이고 승진의 반대말이 ‘좌천(左遷)’이다. 서양은 더 심하다. 영어의 ‘right’는 옳다는 뜻이지만, ‘left’는 ‘약한, 부서진’ 등의 뜻을 가진 앵글로색슨어의 ‘lyft’에서 왔다. ‘left-handed wife’는 왼손잡이 아내가 아니라 첩을 가리킨다. 불어에서 왼손잡이 ‘gauche’도 ‘어색한, 꼴사나운’이란 뜻이고, 러시아에서 왼손잡이 ‘levja’는 아예 욕설로도 통한다.
종교의 왼손 터부도 공공연하다. 이브는 왼손으로 선악과를 땄고,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힐 때 왼쪽 도둑은 끝내 회개하지 않았다. 이슬람권에선 왼손을 불결하게 여겨 왼손잡이가 인구의 1%도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왼손잡이는 쓸모가 많다. 특히 권투 테니스 펜싱 야구 등 마주보고 하는 스포츠일수록 왼손 비율이 높다. 국내 프로야구 투수 중 좌완이 25%이고, 미국 메이저리그는 30%에 이른다. 왼손 투수는 공의 궤적이 타자에게 낯설고 1루 주자 견제가 용이하다. 괴물 류현진도 태생은 오른손잡이였으나 훈련 끝에 왼손 투수가 됐다. 하지만 왼손잡이는 어려서부터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왼손으로 수저나 연필을 들다 야단맞기 일쑤였다. 군대에서 사격 때 탄피가 눈앞으로 튀어나오고, 기타 주법이나 마우스 사용도 불편하다. 왼손잡이가 머리가 좋다는 통념 때문에 요즘엔 왼손 사용을 권장하는 부모도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속설이다. 영국 가디언의 과학칼럼니스트 버간 벨은 “왼손잡이 위인들이 예술 과학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우뇌와 연결된 왼손잡이가 창의적이란 통념이 생겼지만 뇌의 어느 부분이 창의와 이성을 담당하는지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다빈치, 나폴레옹, 모차르트, 뉴턴, 아인슈타인, 오바마 등이 왼손잡이다.
왼손 골퍼들이 결성한 한국레프티클럽이 생긴 지도 10년이라고 한다. 회원 수도 4800명. 왼손용 클럽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연습장에선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이들이다. 우리도 ‘차이’에 너그러워질 때가 됐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