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빠 같은' 미니밴 혼다 오딧세이, "실내 넉넉하고 움직임 날렵하고"

2~3열 시트 접으면 널찍한 적재 공간 돋보여
큰 덩치에도 가볍게 치고 나가는 주행 실력
미니밴 '오딧세이'는 일본 혼다자동차를 대표하는 글로벌 패밀리카다. 미국 시장에서 연간 11만대가 넘게 팔릴 만큼 실용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넓은 승차 공간과 효율적인 적재 공간을 갖춰 온 가족이 야외활동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딧세이는 풍채가 듬직한 미니밴이지만 날렵한 외관을 가졌다. 차체 길이 5180mm, 전폭 2010mm로 기아자동차의 그랜드 카니발보다 각각 50mm, 25mm씩 더 길다. 항공기 디자인에서 착안했다는 옆 라인은 화살촉 모양의 벨트라인으로 이어져 스포티함을 더해준다. 주행 실력도 외관만큼 날렵할까. 지난 18일 양평에 위치한 캠핑장에서 여주 이포보를 돌아오는 구간에서 오딧세이를 시승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큰 덩치가 무색하게 가볍게 치고 나간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60km까지 속도를 높여도 큰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다. 혼다가 자랑하는 3471cc급 VCM 가솔린 엔진(최고출력 253마력)을 장착한 덕이다. 단단한 서스펜션 덕에 빗길에도 밀리는 현상이 거의 없다.

가장 큰 장점은 승차공간을 널찍하게 마련해 미니밴의 실용성을 충실히 구현한 점이다. 최대 7인이 탈 수 있는 1~3열 시트에 2~3열 레그룸은 성인이 다리를 꼬아도 될 만큼 넉넉하다. 센터콘솔은 탈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시간 이동을 지루해하는 아이들이 3열 시트 쪽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2~3열 시트를 접으면 4205ℓ의 적재공간이 생긴다.
넓은 좌석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공간 활용도도 높아 진다. 탈착식 2열 시트와 줄을 잡아당기면 움푹 꺼진 바닥으로 접히는 3열 폴딩 시트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공간을 변형시킬 수 있다. 1087ℓ의 트렁크 용량에는 텐트, 아이스박스, 폴딩 테이블 등 캠핑 용품을 싣기에 넉넉하다. 2~3열 시트를 접으면 유모차, 산악용 자전거, 하드케이스 골프 가방도 충분히 수납할 수 있다.

여기에 12개의 컵 홀더와 장난감, 휴대전화 등을 넣을 수 있는 다용도 수납공간은 실용성을 더해준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있는 쿨링박스는 에어컨과 연동돼 에어컨을 사용하는 동안 음료수를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다. 장거리 가족 여행에 활용하기 좋은 장치다. 다만 시속 100km를 넘어서면서 느껴지는 소음은 아쉬운 부분이다. 혼다코리아는 필름을 입힌 차음유리와 외부 소음과 반대 주파수를 쏴 소음을 줄이는 ANC(Active Noise Cancellation)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도를 높이면 들리는 풍절음을 완벽히 차단하진 못한다.

주차가 다소 불편한 점도 아쉽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넓은 시야를 확보했지만 차체의 폭이 넓다보니 여성 운전자인 기자에게는 주차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연비 또한 단점. 3.5ℓ 엔진을 얹어 연료 소모량이 많은 편이다. 양평에서 여주까지 달리는 동안 순간 연비 7.9km/ℓ가 계기판에 찍혔다. 복합 연비 8.8km/ℓ(도심 7.4km/ℓ·고속도보 11.3km/ℓ)에 못 미친 결과다. 레저용 외에 도심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기엔 아쉽다.국내 판매 가격은 4790만원이다. 경쟁 모델인 도요타 시에나보다 싸지만 기아차 카니발보다는 비싸다. 본격적인 캠핑 시즌을 앞두고 미니밴 시장에서 오딧세이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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