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모션 컨트롤러 써보니…"손 움직이면 구글어스가 지구본처럼 돌아가"

0.01㎜ 움직임도 감지
월드 IT쇼가 열린 지난달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의 올아이피정보통신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립모션 컨트롤러를 사용해보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4일 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월드 IT쇼(WIS)’. 행사기간 내내 전시관에 인파가 몰렸지만 A홀 구석에 있는 올아이피정보통신의 작은 부스 앞에는 특히 긴 줄이 늘어섰다. 세계적으로 아직 출시되지 않은 3차원(3D) 동작인식기기 ‘립모션 컨트롤러’를 써보기 위해서였다.

이 기기는 열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 손에 든 펜의 움직임, 손바닥의 높낮이와 회전 등 다양한 손동작을 3D로 인식하는 기기다. 두께가 고작 1.27㎝에 불과하고 길이도 8㎝로 ‘초소형’이지만 감지 기술은 세계 최고다. 컴퓨터 앞 가로·세로·높이 각각 60㎝ 내에서 0.01㎜의 움직임을 읽어낸다. 립모션 국내 파트너사인 올아이피정보통신이 스마트폰 게임 ‘프룻닌자’나 구글 지도 프로그램인 ‘구글어스’를 손가락만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꾸민 체험 부스에서 직접 기기를 이용해봤다. 기자가 체험해본 프로그램은 구글어스였다. 모니터 앞쪽 바닥에 놓인 기기 위에서 손을 좌우로 움직이자 화면 속의 지구가 손놀림에 따라 회전했다. 손의 빠르기에 조금만 변화를 줘도 지구가 회전하는 속도가 달라졌다. 손바닥을 기기 쪽으로 움직이자 확대된 지도가 나타났다.

마치 지구본을 돌리며 대륙을 찾고, 눈을 가까이 대 나라 이름을 읽는 것과 같은 오프라인 프로세스를 그대로 재현한 느낌이었다. 이 과정에서 마우스 클릭이나 키보드 입력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오로지 허공 속에서 손만 움직여 조작한 것이다. 직접 립모션 컨트롤러를 써본 한 대학생은 “공상과학(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올아이피정보통신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이지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기술 완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립모션이 이용하는 동작 인식 방법은 적외선 발광다이오드(LED) 방식이다. 기기에는 2개의 카메라와 3개의 적외선 LED가 내장돼 있다. 적외선 LED 방식은 기존 카메라 모듈 방식에 비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전력도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5월 이 기기를 만들어 공개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회사 립모션은 제품 발표 당시 “기존 동작인식 제품보다 200배 이상 정확하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기기는 USB에 꽂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고, 가격도 79.99달러(약 9만500원)에 불과하다. 다음달 22일 베스트바이를 통해 미국에서 최초 출시된다. 국내에서는 올아이피정보통신을 통해 약 11만원에 팔릴 예정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