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문학의 아름다운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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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유명詩 40여편 골라 과학원리 설명한 하상만 씨
![](https://img.hankyung.com/photo/201306/AA.7496208.1.jpg)
하상만 시인(사진)은 최근 출간된 《과학실에서 읽은 시》(실천문학사)에서 이렇게 썼다. 이 책에서 그는 국내외 시인의 시 40편을 골라 숨겨진 과학적 원리와 그 문학성을 전달한다. 통섭의 시대를 맞아 ‘융합교육’의 디딤돌 역할을 하기 위해 썼다. ‘책장의 침을 묻히는 건 어머니의 오래된 버릇/막 달인 간장 맛이라도 보듯/눌러 찍은 손가락을 혀에 갖다 대고/한참을 머물렀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곤 하지/세상엔 체액을 활자 위에 묻히지 않곤 넘어갈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책 앞에서 침이 고이는 건/종이 귀신을 아들로 둔 어머니의 쓸쓸한 버릇’
침을 묻혀가며 자신의 시집을 묵묵히 읽는 어머니를 노래한 손택수 시인의 ‘육친’이다. 하 시인은 이 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침은 녹말을 분해해서 엿당으로 만드는 아밀라제 효소를 가지고 있지. 음식을 앞에 두면 입에서 침이 고여. 우리 몸이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준비하는 거지. 책 앞에서 침이 고이는 어머니도 맛있는 책을 읽었던 경험이 있을 거야. 아마도 어머니에게 맛있는 책이란 바로 당신 아들이 쓴 책이 아닐까. 나는 이 시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침의 기능을 하나 더 알게 됐어. 그건 바로 책을 소화하는 기능이야.’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