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쿨'한 이혼…부인과 발레 관람 후 웃으며 "우리 갈라서요"

부인 류드밀라의 한마디 "대중 앞에 서는 게 싫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부인 류드밀라 여사가 6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국영 러시아24TV 기자에게 이혼 사실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부부가 결혼 30주년을 두 달 정도 앞두고 전격 이혼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60)과 부인 류드밀라 여사(55)는 6일(현지시간) 저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발레 공연 ‘에스메랄다’를 함께 관람한 뒤 러시아 국영 방송 ‘러시아24TV’ 카메라 앞에 웃으며 나란히 섰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갈라서기로 했으며 이는 부부가 함께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류드밀라는 “대중 앞에 서는 게 싫었으며 비행기를 타는 것도 힘들었다”고 거들었다. 이날 전격적인 이혼 발표는 “푸틴 대통령이 아내를 버린 게 아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잘 짜인 한편의 쇼와 같았다. 푸틴 대통령은 승무원 출신의 류드밀라와 1983년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다. 딸들은 20대 후반으로 알려져 있으며,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사생활을 철저히 감춰 왔다. 특히 류드밀라와 함께 공식 석상에 나선 적이 거의 없어 두 사람이 심각한 불화를 겪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모스크바 정가에서 푸틴 대통령 부부의 별거설은 이미 구문이었다. 2008년엔 러시아의 한 신문에 푸틴 대통령이 31세 연하인 올림픽 체조선수 출신의 정치인 알리나 카바예바와 결혼하려 한다는 염문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스캔들을 강력히 부인하며 해당 신문사를 폐간시켰다.

레닌 이후 러시아에서 현직 최고지도자가 이혼한 건 푸틴 대통령이 처음이다. 게다가 교리상 이혼을 금하는 러시아 정교회의 독실한 신자인 푸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이혼 발표는 매우 의외였다. 러시아 정교회에선 신자가 이혼을 원할 경우 별도 절차를 거쳐 이혼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