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일 남북당국회담] 南 "쉬운 것부터 하나씩" vs 北 "패키지 딜"…가시밭길 예고

실무접촉서 18시간 '기싸움'
6·15 행사 등 의제 시각차
'합의' 아닌 '발표문' 내놔
< 이번엔 만나야 하는데… > 남북 당국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서울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 상봉 신청 창구를 찾은 이근복 할머니(84·평북 정주 출신)가 신청서를 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남북이 12일 서울에서 ‘당국회담’의 형식으로 마주앉게 된다. 수석대표의 급 문제로 남북이 실랑이를 벌인 끝에 장관급 회담 대신 당국회담으로 이름을 바꿨다. 박근혜정부의 첫 번째 남북 당국 간 대화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남북은 실무접촉에서부터 수석대표의 급과 회담 의제를 두고 강경하게 맞서면서 ‘본 게임’에서도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김양건 놓고 갈등 이유는?

남북은 10일 새벽까지 진행된 실무접촉에서 수석대표 회담을 8차례나 이어가며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약 18시간에 걸친 기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미완의 합의에 그쳤다. 때문에 남북은 10일 오전 4시께 돼서야 실무접촉 결과물로 ‘합의문’이 아닌 각자 내용이 다른 ‘발표문’을 내놨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북측 대표단 수석대표로 나서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북한이 거부하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정부는 당국 간 회담에 나서는 북측 수석대표의 급이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가늠자로 보고 있다. 때문에 북한이 다시 한번 내각책임참사 급의 인사를 수석대표로 내세운다면 남북 대화의 첫단계부터 감정이 상한 채로 출발할 수 있다. 북한이 김양건의 당국회담 참석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통전부장을 장관급보다 더 위상이 높은 ‘부총리급’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한의 노무현 대통령 옆에 권오규 경제부총리,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등 4명이 배석한 데 비해 북한의 김정일 총비서 옆에는 김양건 1명만 배석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남한의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영향력보다 북한의 통전부장이 최고지도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통전부장에게 부여하는 신임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북 6·15 강조 이유는

당국회담에 대한 남북의 인식 차이도 드러났다. 남측 발표문은 “회담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 등 긴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측 발표문은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문제 외에 “6·15 및 7·4 발표일 공동기념, 민간내왕과 접촉, 협력사업 추진 등 북남관계에서 당면하고도 긴급한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합의하기 쉽고 당면한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해가자’는 입장인 반면 북측은 남북 간 문제를 망라해 한 번에 해결하는 ‘패키지 딜’ 방식을 추구한다는 전략이 반영된 것이다. 북한이 2000년 이뤄진 첫 남북 정상회담과 그 결과물인 6·15공동선언에 방점을 두는 이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관계에서 이룩한 역사적인 업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6·15공동행사의 시일이 촉박한 데다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된 상태에서 남북이 공동행사를 치르는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