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분기까지 강세…4분기엔 美 출구전략 '리스크'

하반기 지수전망과 변수

출구전략땐 美 '채권→주식 대이동' 수혜…업종별론 정보기술·은행주 유망
3분기엔 악재 영향력 희석…주가 상승에 우호적 환경…코스피, 1800~2200 전망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1800~2200을 전망한다. 3분기까지 강세를 보이다 4분기에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4분기에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중단하는 것)이 본격 논의될 수밖에 없어서다.

○3분기엔 악재 영향력 줄어들 듯 3분기에는 기저효과(비교에 따른 착시 현상)가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탄력적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더라도 상반기까지 한국 증시를 짓눌렀던 많은 악재의 영향력이 희석되고 주가 상승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외국인 매물 공세도 이달 말이면 마무리된다. 외국인은 매수 우위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일본 엔화 약세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도 현저하게 약해질 것이다. 이미 일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의 통화정책은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엔화 약세는 주요 7개국(G7) 등 선진국들의 용인 아래 진행되고 있다. 일본 내부 문제(디플레이션)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 중앙은행(BOJ)의 양적완화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선진국들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참의원 선거 이후 평화헌법 개정 등 극우 정책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역풍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베의 극우적 정책은 국제사회의 반발을 불러왔던 고이즈미 내각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선 주택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내수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최대 이슈는 미국 출구전략
하반기 최대 이슈는 미국의 출구전략이다. 출구전략은 미국 국가부채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할 때 가시화될 것이다.

미국은 적극적 재정 긴축 없이 성장률 제고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 문제를 해결했던 1950~1960년대의 경험을 따르고 있다. 1950~1960년대에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00%를 넘었다. 2차대전을 치르면서 정부 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2차대전 직후인 1945년 말 미국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116%)은 2012년 말 부채비율(106%)보다 높았다. GDP 대비 미국 정부 부채 비율은 1970년 35%로 낮아졌다. 2차대전 직후 과도하게 늘어났던 정부 부채를 미국은 어떻게 줄였을까? 정부 지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긴축재정을 통해 가능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1950~1960년대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중시하는 케인스주의자들이 득세했던 시기다.

당시 미국 정부는 부채를 적극 줄이는 정책을 쓰지 않았다. 재정의 수지 균형을 맞추는 정도에 머물렀다.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를 -2.5~0%로 유지할 정도로 부채의 총량을 유지 또는 완만히 증가시키는 정책을 썼다. 부채 축소의 원동력은 긴축이 아니라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성장률 제고였다.

인플레이션은 채무자의 이자 부담을 낮춰준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의 분자인 부채를 유지(혹은 완만한 증가 용인)하는 대신 분모인 GDP를 늘려서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었다. 요즘도 미국은 당시와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다.

○미국 실업률 7% 도달 시점 중요

미국 중앙은행(Fed)은 출구전략과 관련해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실업률 6.5%, 물가상승률 2.5%’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출구전략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인 에반스가 주창한 ‘에반스 룰’이다. 실업률은 성장률과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고, 물가상승률은 그 자체가 인플레이션 타깃이다.

실업률이 떨어지면(경기가 호전되면) 금리가 상승해도 정부 재정은 악화되지 않는다. 세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질 경우 정부의 부채 부담은 실질적으로는 줄어들게 된다. 에반스 룰은 이런 논의를 수치화해 기준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당장은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에반스 룰’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실업률은 7.5%,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1%였다. 3분기까지는 이런 추세가 유지돼 출구전략이 가시화되지 않을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추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실업률 추정은 가능하다. 물가상승률은 고용이 개선되면서 경기가 회복되면 이에 동행해 상승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지금처럼 미국의 신규 취업자 수가 매달 15만명 내외로 증가할 경우 미국의 실업률이 6.5%에 도달하는 시점은 2분기 말 즈음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실업률이 7% 부근에 도달하면 출구전략 시행을 현실적인 리스크로 여길 것이다. 대략 그 시기는 올해 4분기 말 즈음이 될 것이다.

미국 국채 전문 딜러(Primary Dealer)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발표될 것이라는 데 맞춰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15년이 돼야 가능할 전망이지만, 일단 매달 850억달러 규모로 시행하고 있는 채권 매입은 연말께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4분기께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출구전략은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출구전략 시행 초기에는 글로벌 시장 전반이 동요할 수 있다.

○출구전략 후 미국이 가장 유망

출구전략 시행 이후 가장 유망한 투자 지역은 미국이 될 것이다.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이동을 의미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도 미국이다. 반대로 일부 신흥국가들은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으로 환류됨에 따라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섹터별로는 정보기술(IT)이 유망해 보인다. 은행도 금리 상승과 내수경기 턴어라운드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소재·산업재 종목군은 단기 트레이딩이 가능한 정도의 가격 메리트는 갖고 있을 것이다. 중소형주는 소재·산업재의 기술적 반등 국면에서 소폭 조정을 예상하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hakkyun.kim@dws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