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투자가' 짐 로저스 2박3일 동행 취재] "채권은 팔고 중국 시장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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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포럼 특별 대담- '위기 이후' 세계경제와 성공 투자법“지금의 세계경제는 매우 독특하다. 역사상 최초로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굉장히 많은 돈을 찍어내고 있다. 일본은 ‘무제한’이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윤전기를 돌린다고 했고 미국과 영국도 대량의 돈을 찍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세계경제는 조만간 많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5월 31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8회 제주포럼 특별 세션에서 이 같은 무차별적인 유동성 공급이 세계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영기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강연에서 그는 ‘무제한 돈 풀기’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해 ‘불합리한 정책’이라고 단호히 말했고 중국이 21세기 세계경제를 이끌 최고의 유망국이자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내와 두 딸과 함께 2007년부터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는 것 또한 ‘아시아의 부상’을 예측하고 딸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쳐 경쟁력을 갖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로 그는 ‘중국의 시대’를 강하게 내다봤다. “19세기가 영국, 20세기가 미국 중심이었다면 21세기는 틀림없이 중국이 주도할 것이다. 현재 중국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고 가장 뛰어난 자본주의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방국가의 채권을 팔고 중국 증시와 선물 시장에 투자하면 좋을 것이다. 향후 10년간 위안화도 아주 유망할 것이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통일이라는 단어 대신 “4~6년 안에 남한과 북한이 ‘통합(Merger)’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예측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미 여러 곳에서 북한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며 남한의 자산과 현명한 경영자, 북한의 막대한 지하자원과 저임금 노동력을 결합한다면 ‘통합’을 통해 한국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와 함께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큰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지만 알맞은 투자처를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는 황 고문의 말에 그는 “쌀이나 금 등의 실물 자산이나 농업을 통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갑자기 수백 명의 청중을 향해 “이 중에서 경운기를 몰 줄 아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단 2명만 손을 들자 청중에게 MBA 전문가가 되는 대신 농업을 공부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로저스 회장과 황 고문의 대담 내용을 정리했다. 당신은 놀라운 발언을 했다. 4~6년 안에 남과 북이 ‘통합’될 것이라고 했다. 당신의 예상은 매번 잘 맞는데 이번에도 그럴까.
만약 1984년에 동독과 서독에 대해 누군가가 5년 안에 통합된다고 했다면 아마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물론 당시에 나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도 통합의 조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북한에서는 중산층이 생겨나고 있고 그들은 더 나은 삶을 원한다.
북한은 암시장도 굉장히 크게 형성돼 있는데, 국경 지역의 중국인들을 통해 DVD나 잡지, 해외 문물 등이 북한에 전달되면서 자신들과 ‘다른 삶’에 대해 눈을 뜨고 있다. 또한 현재 북한의 새 지도자(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비서)는 자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는 스위스 등 외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바깥세상을 잘 안다. 북한의 군 장성들도 과거 자신들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급격한 변화에 놀라면서 집에 와서는 변한 게 없는 자신들의 상황에 실망한다. 모든 것이 바뀔 준비가 돼 있다. 통합된다면 한국은 더 역동적인 국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남한과 북한의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 있는가.
현재 나는 한국에 투자하고 있지 않다. 우선 일본의 엔화 약세로 한국 기업들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화에는 투자했다. 금과 은값이 하락하더라도 북한의 금화·은화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다. 만약 북한이 향후 몇 년 안에 붕괴된다면 북한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가진 주화의 가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예측한다. 한반도에 대한 투자는 그런 식으로 했다. 만약 통일이 가까워지고 화폐 변동성이 어느 정도 줄어든다면 한국의 주식을 많이 매입할 것이다.
당신은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이 자리에 있는 펀드매니저나 젊은이들은 이제라도 트랙터 운전법을 배워야 하는 것인가.1980년대나 1990년대에는 금융이 상당한 호황을 누렸지만 이 시기는 이제 끝나간다. 지난해 미국에서 20만 명의 MBA 전공자가 배출됐고 전 세계적으로도 공급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미국은 농업을 전공하는 사람보다 MBA 전공자가 20배나 더 많다. 하지만 향후 30년간 농업이 매우 유망할 것이다. 농업을 공부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지금 공부한다면 더욱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만약 미래에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트랙터 모는 법을 꼭 알아두길 바란다. 지금 만약 꿈이 없다면 농부가 돼라.
현재 아베노믹스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성공할 것인가.
궁극적으로 좋지 않게 끝날 것이다. 역사적으로 돌이켜볼 때 돈을 찍어내 경제를 살린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약 세계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아베 신조 총리가 내게 알려준다면 내 잘못을 수긍할 것이다. 이미 일본의 금리는 서서히 올라가고 있고 아베노믹스는 결코 지탱할 수 없다. 한국으로선 단기적으로는 통화의 영향 때문에 원화의 경쟁력이 떨어져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요 경쟁 상대이자 (역사적으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일본이 거듭해서 실수해 준다면 좋을 것이다.
이미 최근 2주일 만에 일본의 주식시장은 10~ 20% 폭락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에 아주 파괴적일 것이다. 나는 아직 일본의 주식을 일부 보유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을 매도했다. 내 딸들에게 중국어는 가르쳐도 일본어는 절대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중앙은행은 상대적으로 긴축을 하고 있는데 이 정책을 지지하나.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지만 한국중앙은행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잘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 당장은 여러분에게 좀 고통스러울 수 있다. 특히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중이라면 조금 아플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아픔을 조금만 감내하다면 장기적으로는 무척 좋을 것이다. 통일까지 된다면 더 강성해질 것이다.
중국에 대해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데 비판론도 많다. 내륙과 연안의 소득 격차가 크고 공산당의 독재 지배 또한 그렇다. 최근에는 중국 내의 그림자 금융(은행이 아닌 금융사가 취급하는 금융 상품)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많다.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러한 요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5~10년 후 경제가 낙관적이라고 볼 수 있나.
일단 중국의 성장 속도가 둔화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나 거품 형성 등의 이유 때문에 성장 속도가 어느 정도 조절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번 세기에 걸쳐 중국은 상당히 좋은 결실을 볼 것이다. 미국도 19세기에 총 15번의 경기 침체가 있었다. 미국은 20세기 들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가 되려던 찰나에 대공황이 오면서 모든 시스템이 붕괴됐다.
워싱턴과 뉴욕에 살던 모든 사람들이 큰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다시 성공을 이뤘다. 중국 안에서도 여러 문제가 있다. 한 정당의 독재라는 정치적 현안을 무시할 수 없는데, 한국도 가장 큰 번영을 구가했던 때는 한 정당이 국가를 주도했던 시기였고 일본·싱가포르·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나는 민주주의를 선호하고 다양성을 추구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면 한 정당이 이끌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때에 당신처럼 전설적인 투자자를 만난 게 큰 행운인 것 같다.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충분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말만 듣고 해서는 안 되고 자신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부문에만 투자하길 바란다. 아까 내가 ‘농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농업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는 절대로 투자해서는 안 되고 공부부터 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신이 신념을 갖고 아는 부문에만 투자하길 바란다. 패션이든 자동차든 스포츠든 자신만이 잘 알고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먼저 시작해야 하고 전문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면 투자를 확장해도 좋다. 신문·방송·지인·브로커·전문가 등의 팁으로 투자해선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신이 아는 부문에만 투자하길 바란다.”포럼 말말말
#1. “어서 빨리 아이부터 가져라!”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황영기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의 대담에서 재치있는 발언을 수차례 하며 포럼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그는 “과거에는 자녀를 갖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 생각했고 자녀를 키우는 친구들을 안타깝게 여겼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자신이 두 딸을 낳아 키우다 보니 이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만약 이 가운데 아직 아이가 없는 분이 있다면 얼른 방으로 돌아가 빨리 시작하라.(웃음) 휴가를 내도 좋고 휴가가 힘들다면 점심시간을 이용해도 좋다. 나도 둘째를 점심시간에 가졌다(웃음)”라고 말했다.
#2. “투자보다는 독서부터”
포럼 말미에 로저스 회장을 향한 청중의 질문이 쏟아진 가운데 한 17세의 고등학생이 엔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향한 팁을 알려달라고 하자 그는 “일본에 투자한다면 엔화를 잘 파악하라. 엔화 약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후 “그렇지만 열심히 독서부터 하라.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도 훌륭하지만 당신이 전 세계 17세의 학생 중 가장 똑똑한 학생이라고 할지라도 아직은 모르는 게 많으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3. “한국 생활이 불행하다면 동남아로 가라”
그는 앞으로의 투자 유망처로 미얀마·캄보디아· 태국 등 아시아 지역을 꼽았다. 오늘날 미얀마에 투자하는 것은 1978년의 중국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며 풍부한 천연자원과 저임금 노동력 등 올해 미얀마처럼 잠재성이 뛰어난 국가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농업 활동이 활발한 태국을 비롯해 천연자원이 많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혹시라도 현재 한국 생활이 힘들다면 전도유망한 동남아시아의 국가로 가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대담= 황영기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정리=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