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식물 쓰레기통 뜬다"…통신3사, 3000억 시장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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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도입에 전망 '맑음'…ICT적용 1통에 200만원지난 16일 서울 독산동 한신아파트. 주부 이지원 씨(36)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쓰레기통에 카드를 갖다 댔다. “00동 000호입니다.” 안내 음성이 나오며 쓰레기통이 열렸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 뒤 다시 카드를 갖다 대자 “300g입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LG유플러스가 설치한 디지털 음식물 쓰레기통이다.
새 수익원으로 주목받아
통신 3사가 디지털 음식물 쓰레기통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2일부터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어서다. 시장 규모가 3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다. ○ICT 적용한 200만원짜리 쓰레기통
대당 200만원짜리 디지털 음식물 쓰레기통을 운영하는 데는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다. 가구별로 지급한 RFID(무선주파수인식) 카드는 주민의 신원을 확인해 쓰레기통 문을 연다.
쓰레기를 버리면 기기 하단의 정밀 저울이 무게를 측정한다. 음식물 수거가 끝나면 통신망을 통해 한국환경공단 서버에 누가 얼마나 버렸는지 정보를 전송한다. 쓰레기통이 85%쯤 차면 환경공단은 관리업체에 ‘비워야 할 때’라는 신호를 보낸다. 관리업체는 쓰레기통을 비우기 위해 출동한다. 집계된 쓰레기 배출 정보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전달된다. 이 정보로 음식물 쓰레기 요금을 매겨 관리비에 포함, 청구하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1만6300여대 쓰레기통이 설치됐다. 보급이 완료되면 15만대가량이 깔릴 것이란 전망이다. ○통신사 각축전 통신사들은 수거 장비업체와 컨소시엄을 맺고 지자체에 디지털 음식물 쓰레기통을 공급하고 있다. 2010년 비교적 일찍 시장에 뛰어든 LG유플러스가 시장의 74%를 점유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 점유율은 각각 19.5%, 5.2%다.
LG유플러스는 2010년 첫 시범사업 지역인 서울 영등포구에 제품을 공급했다. 2011년 지자체 10곳의 사업을 수주하며 통신사 가운데 처음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9개 지자체 사업을 추가로 수주, 현재까지 총 44개 사업을 따냈다.
KT는 서울 용산구, 경기 이천시, 부산 강서구, 대구 서구 등에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SK텔레콤도 서울 송파구, 부산 동래구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전체 144개 지자체 가운데 디지털 음식물 쓰레기통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확정한 지자체는 62곳이다. 나머지 82곳을 두고 통신사들이 경쟁할 전망이다. ○식량 자원·환경 문제 해결 ‘기대’
통신사들이 음식물 쓰레기통 사업에 뛰어든 것은 포화 상태에 다다른 통신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서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통은 물론 빌딩 에너지 절감 등 생활 곳곳에 ICT 기술을 적용,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음식물 쓰레기통 사업은 식량 자원의 낭비를 막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하루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 양은 약 1만5100이다. 연간 8000억원의 처리 비용이 든다. 사회적 비용 등까지 포함하면 연간 총 20조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KT는 “시범사업 결과 디지털 음식물 쓰레기통을 설치한 뒤 배출량이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쓰레기통을 전국에 설치하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