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3주째…터키 경제 '휘청휘청'

이스탄불 증시 5일만에 18% 곤두박질
리라화 가치도 하락…정부 개입 나서

에르도안 총리, 시위대 강제해산 명령
지금까지 5명 사망 · 5000여명 부상
터키의 반(反)정부 시위가 3주째로 접어들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터키 전역에서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에르도안 총리는 시위대에 대한 초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16일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이스탄불 탁심광장과 게지공원에 있던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그는 12일 시위대 측 대표들과 만났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터키 주요 노조단체인 혁명적노동조합총연맹(DISK)과 공공노조연맹(KESK)은 17일 하루 동안 전국적인 총파업을 벌였다. 터키의사협회에 따르면 이번 반정부 시위로 5명이 사망하고, 5000여명이 다쳤다. 바샤란 울루소이 터키관광협회 회장은 “이번 시위 때문에 치안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이스탄불 증시에서 17일 ISE100지수는 1.3% 떨어진 78,946.44에 마감, 연중 최고점이었던 지난달 22일(93,178.88)보다 약 18% 주저앉았다. 앞서 시위가 터키 전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3일엔 하루 동안 10.47% 폭락했다. 이는 2001년 터키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리라화 가치는 터키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리라화 가치는 10일 장중 달러당 1.9090리라까지 떨어지며 201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리라화 가치 방어를 위해 지난주 2억5000만달러를 시장에 긴급 투입했다. 이에 따라 리라화 가치는 18일 장중 달러당 1.87리라대까지 올라왔다. 특히 터키 금융시장이 외국인 투자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게 약점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한다. 터키 정부는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외 투자금을 대거 끌어오면서 금융시장을 지탱해 왔다. 마닉 나래인 UBS 애널리스트는 “해외 자금에 경제 성장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돈이 빠져나가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시장 혼란에 대해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9일 “국민의 땀을 쥐어짜는 금융 투기세력의 목을 조르겠다”며 난데없이 투자자들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는 “터키 증시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이 있다면 누구든지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예금을 민영은행이 아닌 국영은행에 예치해달라”고 주장했다. 티머시 애시 스탠더드뱅크 신흥시장 투자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투기세력 중 하나로 지목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0년간 터키 증시를 키운 사람들”이라며 “에르도안 총리가 금융시장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게 매우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