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누가 키웠나] 비 내려 선선했지만 '문 열고 냉방'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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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사용제한 첫날 표정올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대란이 예상되고 있지만 정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조치 시행 첫날인 18일 서울 명동 일대 상점 대부분은 에어컨을 ‘풀가동’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거나 규정 냉방 온도 26도 미만인 건물은 50만~3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이달 말까지 계도·홍보기간이어서 과태료를 물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절전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후 1시께 명동 일대 화장품·의류·신발매장 대부분은 문을 열어 놓고 에어컨을 켠 채 영업하고 있었다. 신발 전문업체인 L사 매장의 출입문은 모두 열려 있었고 1~2층에 설치한 에어컨 6대는 동시에 가동됐다. 의류업체인 T사 매장도 문을 열어 놓고 에어컨 10대를 모두 가동했다. 화장품업체 F사의 점원 정모씨(29)는 “문을 닫으면 손님 20~30% 정도가 줄어들어 명동 가게들은 모두 문을 열어 놓고 영업한다”며 “가게 안이 너무 더우면 얼굴이 땀으로 얼룩져 화장품 테스트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손님들이 싫어한다”고 토로했다.
속옷업체인 W사 점원 임모씨(26·여)도 “비닐 커튼을 달아 에어컨 바람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노력하고는 있다”면서도 “여성 고객들은 속옷을 직접 입어본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데 매장 온도가 높아 땀이 나면 손님이 옷을 갈아입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형 백화점은 평소보다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 규정 온도인 26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비 때문에 무더위가 한풀 꺾여 고객들이 불만을 토로하진 않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빡빡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만난 박모씨(55)는 “전력을 아끼자는 정부의 방침에 공감한다”면서도 “애초에 예비 전력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을 애꿎은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질타했다.
이지훈/홍선표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