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논란거리 된 '술 점유율 공개 중단'

최만수 생활경제부 기자 bebop@hankyung.com
주류산업협회가 매달 21일께 공개하던 주류업체의 시장점유율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협회는 최근 업체들에 ‘회원사 간 과도한 보도 경쟁은 주류 산업 발전과 이미지 개선 측면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통계와 관련한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점유율이 공개되지 않도록 입단속을 하자는 것이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유력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의 압력이 있다는 게 주류업계 분석이다. 주류산업협회는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디아지오코리아, 무학, 선양 등 16개 회원사를 갖고 있는 단체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는 결국 회원사 요구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오비맥주에 시장 1위를 내준 이후 맥주시장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협회 측에 출고량 비공개 전환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점유율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주류 도매상들은 “맥주 성수기인 5~6월 들어 서울지역에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점유율 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서울 등 수도권에서 ‘d’의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점유율 회복을 위해 힘썼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분석이다. A대형마트에서도 지난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점유율은 5.6 대 4.4였지만 올 들어 6.4 대 3.6으로 벌어졌다.

물론 점유율을 공개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주류산업협회의 권한이라는 의견도 있다. 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출고량 비공개는 자율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일부 회원사가 자사의 유리한 부분만 기사화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류업계를 대표하는 주류산업협회가 특정 업체 이익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처럼 세금이 많이 붙는 품목은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출고량 자료는 업체뿐 아니라 주류 도매상과 일반 소매업자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고 말했다. 또 “사전에 16개 회원사 의견을 종합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양사는 지난달 출고량을 자체집계해 공개했다. 오비맥주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하이트진로 점유율이 올라 공개하자고 하면 그땐 우리가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나타냈다.

최만수 생활경제부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