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 더 나빠진 공공기관…기관장 18명 'D'이하 낙제점

방만·부실경영 심화
'C'등급 이하 절반 육박
기관장 교체 기준될 듯
이석준 기획재정부 제2차관(오른쪽)이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종원 경영평가단장과 함께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공공기관의 부실 경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경영평가 대상 111개 공공기관 가운데 평균을 밑도는 C등급 이하가 절반에 육박하고, 이 중 16개 기관이 낙제점인 D·E등급을 받았다. 기관장 평가에서도 낙제점이 지난해 8명에서 올해 18명으로 늘었다. 박근혜 정부의 ‘기관장 물갈이’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등급 ‘0’
18일 기획재정부의 ‘201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보면 기관 평가에서 C등급 이하가 55개나 됐다. 전체 평가대상 기관의 49.5%에 달한다. 지난해 평가 때는 37.6%에 불과했는데 올해 평가에선 큰 폭으로 뛰었다.

S등급은 한 곳도 없었다. 평균 이상인 A·B등급이 56개로 지난해(67개)보다 줄었다. A등급은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등 16개, B등급은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40개였다. C등급은 지난해 27개에서 올해 39개로 급증했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철도공사 등이다. D등급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거래소 에너지관리공단 등 9개가 포함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 발전소 가동중단 사태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기관, 기관장, 감사 평가 모두 D등급을 받았다. 세 분야 전부 D등급 이하를 받은 곳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유일하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시장에서 거래가 급감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최하위 E등급은 지난해 1개에서 올해 7개로 급증했다. 대한석탄공사는 방만 경영으로 기관과 기관장 모두 E등급을 받았다. 24년간 적자가 이어지는데도 실적 개선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것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는 해외 자원 개발투자가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점수가 깎였다. 김철주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방만 경영, 사회적 손실을 끼친 기관에 대해 엄정하게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D·E등급 임직원 ‘허탈’ 낙제점을 받은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D등급 이하는 원칙적으로 성과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임원들은 성과급을 아예 못받고 일반 직원도 기본급 100%만 받는다.

E등급을 받은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 지난해 220억원의 적자를 내다보니 계량 평가에서 ‘꼴찌’ 점수를 받았다”며 “작년엔 보너스로 320%를 받았는데 올해는 보너스도 못받게 됐다”고 말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도 “지난해 D등급에 이어 올해 E등급을 받아 기운이 다 빠졌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기관에선 경영 평가 결과를 수긍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온다. D등급을 받은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관장 교체 명분을 쌓기 위해 정부가 평가 등급을 낮춘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기관장 대폭 물갈이 전망

이번 경영평가 결과는 향후 기관장 교체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현재 공공기관장 대부분이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돼 ‘물갈이’ 요구가 높기 때문이다.

E등급을 받은 대한석탄공사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기관장은 당장 해임 건의 대상이다. D등급을 받은 16명의 기관장은 경고 조치를 받으면서 교체 위험권에 들었다. 2013년 평가까지 2년 연속 D등급을 받으면 해임 건의 대상이다. C등급을 받은 30명 역시 교체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인사를 포함하면 올해만 기관장 100여명이 교체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달까지 임기가 만료된 공공기관장은 27명, 지난해 임기가 끝났지만 정권 교체 상황에서 1년을 연임한 기관장은 14명에 이른다.

다만 인사가 예정보다 늦어질 수는 있다. 청와대는 지난주 각 정부부처에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을 잠정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권 인사를 중심으로 관치 논란이 벌어지자 정부는 움찔하는 눈치다. 이석준 기재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영평가는 인사의 중요한 요소지만 해임을 건의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인사권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김우섭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