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김용 세계은행 총재 "신흥국 자금이탈 깊이 우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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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통화 '트리플 약세'“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이 아주 깊이 우려된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사진)는 20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밝힌 양적완화 중단 계획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간 Fed의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 자금 유입으로 호황을 누려온 신흥국 시장에 주식과 채권, 통화 부문에서 ‘트리플 약세’가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전해진 이날 아시아 증시는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74% 떨어진 13,014.58로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77% 내린 2084.02를 기록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증시도 2~3%대 하락세를 보였다.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세도 두드러졌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이날 뭄바이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달러당 59.72루피에 거래되며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루피아화 가치가 장중 달러 대비 약 1% 떨어지자 서둘러 공개시장 조작에 나섰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원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의 통화 가치도 폭락했다. 달러 대비 남아공 랜드화와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지난달 1일 이후 현재까지 각각 12.3%, 10.1% 주저앉았다.
신흥국 채권시장도 조만간 철퇴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구 전략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가 오를 경우 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을 대거 팔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태국의 경우 지난 4년간 외화표시 채권 발행 규모가 연평균 19.6% 증가했다. 최근 반(反)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터키는 단기 외채 발행 규모가 외환보유액의 130.8%에 달한다. 그만큼 채권시장이 해외 투자자들의 손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