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자는 새벽에 애니메이션 방송?…방통위, 종편 4사 '꼼수 편성'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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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낮방송 의무화 추진방송통신위원회가 국산 애니메이션을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의 어린이 주 시청시간대(오전 7~9시, 오후 4~8시)에 의무적으로 편성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해 방송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애니메이션 의무 편성이 확대됐지만, 종편 등에서 어린이들이 볼 수 없는 새벽 시간대에 애니메이션을 방영해 정책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방통위 관계자는 23일 “일부 종편들이 광고 수익이 낮다는 이유로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에 애니메이션을 편성하고 있다”며 “국산 애니메이션 산업을 키우기 위해 ‘어린이 주 시청시간대 의무 편성’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9월 방송사들의 올 상반기(1~6월) 편성 비율과 방영 시간대 등 실태를 조사, 분석한 후 정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방송법에 방송 시간대를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개정돼 올초부터 시행된 방송법은 국산 애니메이션을 의무 편성해야 하는 채널을 지상파뿐 아니라 종편과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까지 확대했다. 지상파는 애니메이션 중 국산 비중을 45%, 종편과 전문 채널은 30% 이상 편성해야 한다. 신작 애니메이션도 지상파는 총 방송시간의 1% 이상, 종편과 전문 채널은 0.3~1% 이상 편성해야 한다.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 4사는 이에 따라 국산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으나 주 시청층인 어린이들이 보기 힘든 새벽 시간대에 편성해 위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 편성’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주(6월17~23일) 기준으로 JTBC는 평일 오전 4시30분~5시30분에 만화 ‘상상친구 꾸메푸메’, 주말 오전 4시30분~6시에 ‘마법천자문’을 편성했다. TV조선은 월~수요일 오전 3~5시대에 ‘냉장고 나라, 코코몽’, 채널A는 일요일 오전 5시30분~6시에 ‘햄콩이 음악대’를 내보냈다. MBN도 오전 3~4시에 ‘안녕 토토비’를 내보내고 있다. 이에 반해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오후 4~5시에 만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종편의 재승인 심사 점수의 40%를 차지하는 방송 평가에 편성 시간대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어린이 프로그램은 전체 방송 중 편성 비율만 평가하고 편성시간대 기준은 없어서 종편들이 새벽에 편성하고 있다”며 “평가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