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막판 4연속 버디…역전 드라마…'메이저 퀸'이 된 수학영재

기아차 한국여자오픈 우승
기아자동차 제27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전인지가 23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에서 우승컵과 부상으로 받은 K9 승용차 사진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KLPGA 제공
‘루키’ 전인지(19·하이트진로)는 2011년 메이저대회였던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을 잊지 못한다. 당시 국가대표 아마추어로 출전했던 전인지는 10번홀까지 3타 차 선두였으나 막판 8개홀에서 6타를 잃고 3위에 그쳤다.

이번에는 달랐다. 마지막 4개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국내 여자프로골프(KLPGA)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제27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6억원) 우승을 거머쥐었다. 전인지는 23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하며 2위 박소연(21·하이마트)을 1타 차로 제쳤다. 우승 상금 1억3000만원과 승용차 K9(시가 7200만원)을 부상으로 받았고 5년간 전 경기 출전권도 확보했다. 특히 신인상 레이스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던 김효주(983점)와의 격차를 97점 차로 좁히며 본격 경쟁을 예고했다.

전인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하는 등 공부에 소질을 보였으나 아버지(전종진·54)를 따라 골프연습장으로 갔다가 운명처럼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전인지는 “충남도에서 선발하는 수학 영재교육 3차 시험을 앞두고 골프를 시키려는 아빠와 공부하라는 교감선생님이 다툴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수학은 공식을 외우면 되지만 골프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골프가 더 어렵다”며 “골프는 머리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감이 더 중요해 수학을 잘했던 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신지애가 다녔던 함평골프고에서 1학년 때 국가대표가 됐으며 지난해 2부투어에서 상금랭킹 2위에 올라 시드를 획득했다. 올해 출전한 9개 대회에서 모두 ‘톱30’ 안에 들었고 지난달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장하나(21·KT)에게 패해 준우승을 했다. 초반에는 2타 차 공동 4위로 출발한 박소연과 초청 선수로 프로 데뷔전을 치른 백규정(18·CJ오쇼핑)이 우승 다툼을 벌였다. 박소연은 3번홀부터 7번홀까지 5연속 버디를 올리며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박소연은 이날 5개홀 연속 버디를 기록한 선수에게는 주는 승용차 K5(시가 2450만원)를 부상으로 받았다.

전인지는 14번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 해저드에 빠진 뒤 세 번째 샷을 올려 4m 파세이브 퍼팅을 성공시킬 때만 해도 우승권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전인지는 “파세이브를 한 뒤 아직 기회가 남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15번홀에서 4m 버디를 성공시키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16번홀(파4)에서 8m짜리 긴 버디 퍼팅을 집어넣으며 박소연에 1타 차로 따라붙었고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2m 옆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앞서가던 박소연은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오버하며 보기 위기를 맞았으나 네 번째 샷을 잘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하며 승부가 연장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전인지는 이 홀에서 하이브리드 두 번째 샷을 그린 앞까지 보낸 뒤 세 번째 웨지샷을 1.5m 옆에 멈춰 세우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백규정은 마지막 홀에서 ‘이글성 버디’를 낚아 합계 11언더파로 3위에 올랐다. 1타 차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에 돌입했던 김효주(18·롯데)는 퍼팅 난조에 빠지며 3오버파로 부진해 합계 6언더파로 공동 6위에 그쳤다.

송도=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