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300여곳 매물 잠복…대형 프랜차이즈 골프장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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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골프장 구조조정 펀드 출범세계적 골프장 운영회사와 대형 회계법인들이 속속 골프장 구조조정 전문 사업부를 출범시키면서 2000년대 일본의 골프장 지형도를 바꿔놓은 구조조정 바람이 한국에 상륙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침체와 공급초과 등으로 경영난에 빠진 국내 골프장은 일본과 판박이다.
더골프그룹, 싼값에 대거 사들여 일본式 운영
딜로이트안진, 법정관리 매물 매년 2~3곳 인수
○한국과 판박이 일본 사례는 1980~1990년대 골프 대중화의 영향으로 1975년 1093곳이었던 일본의 골프장은 2008년 2363곳으로 늘었다. 이들은 경제버블 붕괴와 공급초과 현상이 벌어지면서 2000년대 들어 구조조정에 직면했다. 1992년 1023만명을 찍었던 입장객 수가 2004년 853만명까지 줄어든 게 신호탄이었다. 2004년 3월까지 골프장 440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도산율이 24.3%에 달했고 골프장 가격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론스타는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헐값에 매물로 나온 골프장을 쓸어담았다. 100여곳의 골프장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퍼블릭 골프장의 시초였다. 현재 일본 골프장은 골드만삭스가 설립한 아코디아골프체인과 론스타의 PGM홀딩스로 양분돼 있다. 일본 전체 골프장 매출의 69%가 이 두 회사에서 나온다.
1조원 규모 골프장 구조조정 펀드를 추진하는 더 골프그룹의 전략은 골드만삭스와 론스타가 일본에서 시도한 방식과 비슷하다. 딜로이트안진과 골프존은 한국식 구조조정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매물로 나오는 골프장을 1년에 두세 곳씩 인수해 총 20여곳으로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한국은 여성 골프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데다 스크린 골프장이 활성화돼 일본처럼 100여개의 골프장이 한꺼번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골프장이 생기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어 국내 골퍼들의 이용료가 낮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퍼블릭 골프장이 들어선 이후 일본의 골프장은 최고급 회원제와 저렴한 퍼블릭 골프장으로 양분됐다.
○5년간 50억원 벌어 1000억원 갚아
전문가들은 운영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골프장 545곳의 절반이 넘는 300여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골프장의 생존기반이 무너진 원인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회원권 분양대금으로 건설비를 마련하는 건설 방식이다. 분양대금은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골프장 사업자가 보통 5년인 분양기간이 끝나면 회원권 입회금을 회원들에게 돌려주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5년 후엔 갚아야 하는 돈이다. 5년 만기 채권을 발행해 골프장을 건설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5년 동안 골프장을 운영해 벌어들인 돈으로 골프장 건설비를 갚을 수 없다는 점이다. 18홀 회원제 골프장의 건설비용이 1200억~1500억원 수준인데 연평균 매출은 60억~80억원, 영업이익은 10억원에 불과하다.
골프장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과잉공급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국내 골프장 인허가를 대량으로 내주면서 2000년 200여곳에 불과했던 국내 골프장 숫자(운영 중인 골프장 기준)는 437곳으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운영 중인 골프장 437곳 가운데 2006년 이후 영업을 시작한 250곳가량이 입회권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매물로 나올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건설 중이거나 인허가를 받고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골프장 108곳(회원제 42곳) 대부분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보고 있다. 당시 대출받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금리가 너무 높아 골프장 운영업자들이 이자도 감당하지 못해서다.
정영효/이유정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