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경제민주화, 법보다 시장에서 해결해야"

山行 뒤 간담회

국회 과속 입법에 경계감 "대기업 조세감면 대폭 축소"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23일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에 대해 “정부는 나름의 컨센서스(내부 합의점)를 갖고 있으며 그걸 넘어서면 과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이날 출입기자들과 세종시 인근에서 산행하면서 “모든 경제행위를 법이나 규제로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회가 이달 임시국회에서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안길 수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서둘러 처리하려는 데 대한 경계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그는 특히 “일감 몰아주기 자체는 규제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을 넓혀줘야 한다”며 시장 친화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어 “법을 중시하는 사람과 대화하면 격차를 많이 느낀다”며 “우리는 법으로만 해결할 게 아니라 시장을 통해 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따른 금융 불안에는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출구 전략 자체는 회복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라며 “달을 쳐다봐야 하는데 손가락만 쳐다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집중돼 있는 조세 감면을 적절하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는 “항구화, 기득권화돼 세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는 비과세 감면을 합리화하겠다”며 “정부나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받은 출연금과 보조금은 R&D 설비투자 세액공제 대상 금액에서 제외해 중복 지원을 방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조만간 내놓을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세법 개정안에서 대기업 위주의 연구개발(R&D) 세제 지원을 축소하고,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R&D 조세 지원은 2조7000억원으로 세계 4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0.18%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지난해 총 조세감면액 30조원의 9.2%가 R&D 관련 조세 지원이다. 이 중에서도 R&D 비용 세액공제가 2조5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 부총리는 또 “소득공제의 경우 같은 금액을 하더라도 소득 수준에 따라 혜택의 차이가 크다”며 “이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비와 의료비 등 세액공제로 전환할 대상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며 “조세 지원의 형평성과 세 부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