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마찰도 아랑곳 않고…中 상장사 90% 보조금 받았다

작년 보조금 16조원…23% 늘어
지난해 중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받은 정부 보조금은 856억8000만위안(약 16조원)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전체 상장 기업의 90%에 달했다. 유럽연합(EU), 미국 등과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무역마찰을 빚는 와중에도 중국 기업은 여전히 정부 보조금을 늘려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컨설팅그룹 하이싱크플러시인포메이션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경기 둔화로 기업의 정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전체 순익 대비 보조금 규모가 2009~2011년 평균 3%에서 지난해 4%로 늘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중국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 지급이 중국 기업의 성장을 방해할 뿐 아니라 세계의 무역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보조금은 토지 임대료 할인, 세금 환급, 대출 상환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지급됐다. 제조업이나 중공업에 집중돼 있던 지원 범위도 항공, 가전제품 등까지 점점 커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곳은 총 21억위안의 세제 혜택을 받은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 중국양츠전력이었다. 양츠전력 대변인은 “순익의 8분의 1가량이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상장 회사를 국가의 중요 자산으로 보고 이들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 적자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이 상장회사들의 보편적인 흑자 전환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의존도가 커졌고, 오히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결산 기준 10대 적자기업은 모두 국유 기업이거나 지방정부 소유 기업이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8개 국유 기업이 받은 보조금 액수가 전체의 28%에 달한다”며 “중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정부가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채비율이 70%가 넘는 기업들이 속출하는데도 정부 보조금으로 부실을 감추고 생명을 연장해왔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중국 국유 기업을 지방부채와 함께 중국 경제의 양대 뇌관으로 꼽았다. 현재 국제 기준에서 자국 기업에 수출 보조금과 생산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 금지돼 있다. 올초 EU는 중국의 철강업계 불법 보조금 지급을 문제 삼아 중국 제품 수입 관세를 높였다. 최근 통신장비에 쓰이는 태양열판을 놓고도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와 기업도 지난해 중국 정부가 자국의 자동차와 부품 관련 기업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