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몸 좋네, 운동하러 회사 다니나" 부장님 '뼈 있는' 한마디에 상처…몸 챙기는 게 죄인가요?

비키니 여신 꿈 꿨는데 탈모라니ㅠㅠ
다이어트 한 달째…한움큼 씩 빠지는 머리카락에 '충격'

휴가 앞둔 몸 만들기 해프닝
패션의 완성은 몸 ! 점심은 닭가슴살 도시락…회식은 핑계대며 빠지기
먹어는 봤나 '디톡스 주스'…직원들 함께 인터넷 '공구'
“김 과장네 팀은 한가한가봐. 매일 운동할 시간도 있고….” “김 과장은 운동하러 회사 다니나.”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김 과장(33)은 최근 이런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입사 때 ‘몸짱’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그는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술 먹은 다음날 새벽에도 꼬박꼬박 일어나 피트니스센터에 간다. 그러나 양심에 손을 얹고 업무 시간에 운동을 한 적은 없다. 운동 때문에 업무를 게을리하거나 해야 할 업무를 미룬 적도 없다. 다이어트를 핑계로 회식 모임을 피하거나 회식 자리에서 먼저 빠져 나오지도 않았다. 김 과장이 억울한 이유다.

“전날 회식 자리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새벽에 일어나기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져 업무 능률도 오르죠. 그런데 이런 소문이 퍼지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일보다 운동이 우선인 직원’으로 각인되는 것도 부담스럽고요.”

김 과장은 소문의 진원지를 임직원 피트니스센터에서 자주 마주치는 박 부장으로 추정했다. 볼 때마다 “운동 열심히 하네” “요즘도 운동 꾸준히 하나”라고 말을 건넸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사내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는 것을 포기했다. 비싸고 동선이 복잡해지더라도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미션 ‘패완몸’…슈트발을 살려라

여름휴가를 앞두고 다이어트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TV에선 각종 다이어트 식품과 음료, 용품 광고가 봇물을 이룬다. 비키니를 입고 S라인을 뽐내기 위해 ‘지름신’을 만나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여성들뿐만 아니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몸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다이어트가 더 이상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닌 셈이다.

수입차업체 A사의 입사 동기 박 대리(29)와 이 대리(30), 조 대리(30) 세 명은 점심시간만 되면 나란히 사라진다. 그들이 가는 곳은 다름 아닌 피트니스센터다. 점심으로는 닭 가슴살 도시락을 함께 시켜 먹는다. 단백질 파우더나 비타민 등 식이요법 제품들은 ‘공구(공동구매)’한다. 이들이 몸 만들기에 열심인 이유는 이른바 ‘슈트발’을 살리기 위해서다. ‘패션의 완성은 몸(패완몸)’이란 유행어가 이들을 자극했다. 아무리 값 비싼 양복을 입어도 몸매가 받쳐줘야 ‘태’가 난다는 의미다.

경쟁심도 한몫했다. 같은 건물에 있는 외국계 컨설팅업체 B사의 직원들이 경쟁자다. 그들의 슈트발(정장 맵시)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빼어나다. 인물과 몸매 모두 모델 뺨칠 정도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탈 때마다 동승자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는다.

박 대리와 같은 팀에서 일하는 정 과장은 “멋진 남성들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싶으면 목적지가 언제나 20층이에요. B사 직원들이죠. 젊은 여성들이 뒤로 감탄사를 연발하는 걸 보면서 우리 회사 직원들도 질 수 없다며 전의를 불태우는 중입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구’ ‘상부상조’ 다이어트 신트렌드

비만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다이어트를 도와주거나 함께 다이어트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의 성 부장(45). 3년 전 그의 몸무게는 100㎏에 육박했다. 과체중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디톡스 다이어트다. 이 다이어트는 2주간 저녁을 먹지 않고 주스를 마신다. 점심은 채소와 견과류 위주로 먹는다. 씹는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해 힘들었지만 효과는 컸다. 그 뒤 그는 매년 한 번씩 디톡스 다이어트를 한다. 덕분에 몸무게를 70㎏대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마케팅 팀장인 성 부장이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2주간 마케팅 팀원들은 회식을 삼간다. 점심시간에도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나간다. 팀장의 다이어트를 도와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같은 팀 정 과장(34)과 윤 대리(30)는 함께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이들이 택한 방법은 해독주스 다이어트. 아침과 저녁 식사 전에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 토마토 등을 삶은 뒤 갈아 만든 주스를 마시는 다이어트다. 이 다이어트의 문제는 품이 많이 든다는 점. 매일 야채를 사서 손질해 주스를 만들어야 하고 식단에 맞춰 도시락을 싸야 한다.

이들은 서로 돕는 방식으로 고충을 덜었다. 한 명은 주스를 만들고 다른 한 명은 점심 도시락을 싸오기로 한 것이다. 윤 대리는 “혼자서 하면 포기하기 쉬운데 같이하니까 일을 덜 수 있고, 쉽게 포기하지 않게 돼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무리한 다이어트…결과는 응급실행

김 과장 이 대리들이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뜻하지 않게 병원 신세를 지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 과장(33)은 지난주 한밤중에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다가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복부가 아파서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의 통증이었다.

검진 결과는 담석증. 쓸개에 돌과 같은 결정체가 꽉 찼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무리한 다이어트도 담석증의 원인이라고 했다. 몸의 균형이 깨지면 담낭에 결정체가 만들어지고 이 결정체가 뭉쳐 담석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사실 이 과장은 휴가철을 앞두고 다이어트 돌입 한 달 만에 10㎏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매일 한 시간 이상 운동하고 식사량도 평소의 절반으로 줄였다.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인 회식 자리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피했다. 점심 때마다 혼자 빠져나가 식단에 맞춰 도시락을 먹었다.

그러나 결과는 병원 응급실 신세. 그는 여자친구와 함께 가기로 예약했던 여행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올여름에 식스팩을, 또는 S라인을 만들어보겠다며 한두 달 동안 무리하게 몸을 만들려고 하면 이상이 올 수 있어요. 6개월간 천천히 체중의 5~10%가량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과장이 경험을 토대로 얻은 교훈이다.

◆탈모, 빈혈 등 뜻밖의 부작용

탈모 등 부작용도 조심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유 대리(28)는 올여름 비키니를 입고 날씬한 몸매를 뽐내며 해변을 걷는 꿈을 꼭 이루기로 결심하고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났을 무렵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줌씩 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부랴부랴 전문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탈모증. 의사는 다이어트를 탈모의 원인으로 꼽았다. “다이어트를 한 여성의 약 30%가 부작용으로 탈모 증상을 겪고 있습니다. 다이어트가 탈모를 유발하는 큰 원인 중에 하나인 셈이죠. 탈모뿐만이 아닙니다. 소화기능 장애, 무월경이나 생리불순, 빈혈도 다이어트의 부작용입니다. 무리한 다이어트는 인체의 세포 대사 과정에 큰 변화를 일으켜 영양 공급 호르몬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의사 말을 들은 유 대리는 다이어트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전설리/박신영/전예진/김병근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