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한·중 FTA협상 전환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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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야 주요 의제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7일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정치·외교 분야 외에 경제 분야에서도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화, 발전시키는 방안을 주요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최대 수출국…역 2151억弗…ICT·환경 등 폭넓게 논의
그동안 ‘경열정랭(經熱政冷)’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치에서 양국은 가깝지 않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다양하고 폭넓게 협력해왔다. 1992년 4월 한ㆍ중 수교를 위한 양국 간 고위급 회담에서 당시 리펑(李鵬) 국무원 총리가 양국 관계의 장래를 낙관하며 “물이 흐르면 자연히 도랑이 될 것이다(水到渠成)”고 예고했던 대로 20여년이 지난 지금, 한ㆍ중 관계는 리 총리의 바람을 훨씬 넘어 ‘대하(大河)’가 됐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된 지 오래다. 한ㆍ중 교역 규모는 수교 당시인 1992년 63억8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151억달러로 약 34배 증가했다. 대중국 수출은 같은 기간 26억5000만달러에서 1343억달러로 51배, 중국산 수입은 37억3000만달러에서 807억달러로 22배가량 각각 늘어났다.
특히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22.9%로, 같은 기간 전체 수출 증가율 11.0%의 두 배나 됐다. 중국은 2003년 이후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한ㆍ중 정상회담에서는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상호 교역투자 확대 방안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과학기술과 환경, 금융, 에너지 분야 등에서의 협력 증진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 정상회담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ㆍ중 FTA다. 두 나라는 지난해 5월부터 FTA 협상을 시작해 이미 협상 1주년을 넘겼다. 양국 간 FTA협상은 2단계에 걸쳐 진행되는데 1단계에서 민감 분야를 어떻게 처리할지 합의가 돼야 본격적인 2단계 협상에 진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수산업, 중국은 제조업이 민감 분야로 분류된다. 하지만 5차에 걸친 협상에서도 양국은 민감 분야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1단계 협상지침도 도출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양국은 FTA 관련 논의 1단계를 마치고 2단계 논의로 진척시키려하고 있지만 방향과 범위를 놓고 의견차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이번 한ㆍ중 정상회담이) 그런 부분을 좁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변수도 적지 않다. 우선 일본이 올해 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전격 선언한 것은 한국과 중국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TPP는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다자 간 FTA로 한ㆍ중 모두에 경제적으로 큰 위협이 된다. FTA 후진국이나 마찬가지였던 일본이 미국을 포함한 10여개 국가와 동시에 FTA를 맺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ㆍ중 FTA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한국마저 TPP에 뛰어들 경우 동아시아 경제 주도권은 미국이 쥘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까닭에 이번 정상회담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협상에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