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혈맹은 이젠 옛말"…北에 6자회담 무조건 복귀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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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북정책‘혈맹’은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상징하는 말이다. 그동안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어떤 일을 벌여도 중국은 혈맹답게 배후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자임해왔다. 그러나 지난 12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시험발사와 2월 3차 핵실험 이후 양국 관계에 균열조짐이 나타났다. 시진핑 정부는 한반도 정책과 관련 ‘북한의 비핵화’를 최우선 정책기조로 제시했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유엔 제제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면서 다각도로 북한을 압박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크다.
"북 도발 대가 치를 것"… 외환거래·물자 지원 끊어
핵실험 이후 이례적 압박…회담 거부하고 제재 동참
北의 변화 움직임에 한·중 정상회담서 6자 회담 재개 촉구할 듯
○북한에 강경해진 중국 최근 한국을 방문한 탕자쉬엔 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과거에도 한반도에 대한 3대 정책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등을 강조해왔다. 과거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놓고 한반도 정책을 펴왔다. 구체적으로는 관련국들에 6자회담으로의 무조건 복귀를 주장해왔다. 따라서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내세운 것은 향후 대북정책에서도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6월 초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협박성 발언에 대해 문 제를 예전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북한의 핵무장 발상을 거부한다”며 “이제 중국은 북핵 사태와 관련해 미국과 흔쾌히 전략적 대화를 나눌 의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북한이 지난 2월 독자적으로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북한에 대해 과거와 달라진 태도를 보여왔다.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을 거부하고 유엔 제재에 적극 동참했다. 특히 북한의 주요 은행들과 외환거래를 단절하고 북한에 공급하는 원유의 양이나 지원물자 등을 줄이는 등 보기 드물게 경제적 압박도 시도했다.
북한이 고위급 대화에 물꼬를 트기 위해 최용해 북한군 정치국장을 특사로 파견했을 때도 이런 강경한 태도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당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북한의 특사 파견은 북한이 보내오는 화해의 신호임은 분명하지만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벗어나서는 안된다”며 “한반도 긴장국면 조성의 가장 큰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도발행위를 지속한다면 중국은 북한을 외면하고 제재를 통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6자회담 거듭 주장 최근 북한은 한국과 미국 등에 잇따라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 북한은 최근 김계관 제1외상을 중국에 보내 “6자회담을 포함한 어떤 형태의 대화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도 관계국들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대화공세에 대해 미국과 중국은 다소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실질적인 조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라는 긍정적 형세를 소중히 여기고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며 관련국들이 대화에 나설 것을 축구하고 있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북한은 과거에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이번에 조건없이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큰 변화”라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6자회담 복귀를 강력히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