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8년…등단한 시인·소설가 12명, 경찰대 문학동아리 '미석'을 아시나요

"사건현장서 고독한 결단 내릴때 문학은 정서적 위안 주는 매개체"
조영우 경찰청 위기관리센터 위기관리계장(경찰대9기·경정)은 지난 2월 방송통신대에서 국어국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경찰대에서 이미 학사를, 충북대 법무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경찰대 재학 시절 매료된 국문학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2년 전 방통대에 편입했다.

경찰대 문학 동아리 ‘미석(微石)’ 회원으로 활동했던 조 계장은 졸업 후에도 장편소설 습작을 계속해 왔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그는 연신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미석 출범 이후 현재까지 28년간 지도교수를 맡고 있는 박효석 시인(66)은 “올해 안에 등단할 만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조 계장 이외에 임현규 경찰청 감사담당관실 공직윤리계장(10기·경정), 김석희 대구지방경찰청 기동1중대 3소대장(29기·경위) 등도 일과 후 시간을 쪼개 습작 중인 미석 출신 경찰 간부들이다. ‘문학 경찰’ 200여명을 배출한 미석은 1983년 경찰대 지도관이었던 조용연 전 울산지방경찰청장(간부후보26기·퇴임)이 평소 알고 지내던 박 시인을 초빙, 경찰대 축제 때 시작한 낭독·음악회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이 모태다.

1985년 정식 동아리가 된 미석은 조약돌처럼 자칫 보잘 것 없어 보일 수 있는 문학에 대한 소소한 열정을 하나씩 더해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자는 뜻을 담아 3기생들이 지은 이름이다. 미석 출신인 강용길 경찰대 교수(9기)는 “당시 개교 초기라 학내 분위기가 엄격했는데 미석을 통해 선·후배 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5년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제1회 미석문학상’ 수상자였던 이상률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과장(4기·총경)도 “문학은 정서적으로 힘들고 외로울 때, 현장에서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위안을 주는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이 과장과 강 교수를 비롯해 그동안 장한주 경기지방경찰청 정보5계장(6기·경정), 정재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장(6기·경정), 강은경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범죄분석팀장(21기·경위) 등 졸업생 12명이 잇따라 등단했다.

등단하진 못했지만 홍성삼 충북지방경찰청장(3기·치안감)은 물론 윤외출 화성 서부경찰서장(3기·총경), 장하연 서울 성동경찰서장(5기·총경) 등도 미석 출신이다. 강산이 세 번 가까이 바뀌었지만 매년 5명 이상 신입생들이 입회, ‘문학 경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