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군 도약 '軍 3.0 시대'] 민간은 60세 정년시대…軍 간부는 40대 중반부터 군복 벗어야

(4) 장기복무 '좁은 문' - 40대초 전역 '흔들리는 군간부'

진급심사 2~3회 탈락하면한창 일할 나이에 강제 전역
고령화시대 정년연장 필요

'군의 중추역할' 상사·원사 부족…부사관 계급 늘려 사기진작
전역을 앞둔 군 간부들이 지난 5월 서울 방배동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서울제대군인지원센터 제공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지난 4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미 60세 정년이 적용 중인 일반 공무원에 이어 300인 이상 기업 직원도 2016년 1월1일부터 다니던 직장에서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 하지만 군 장교와 부사관은 이런 혜택과는 무관하다. 진급하지 못한 소령은 45세에 군복을 벗어야 하고 부사관은 장기복무 선발에서 떨어지면 4년 안에 전역해야 한다.

◆40대 옷 벗는 군 장교
강원 춘천시 모 여단에서 근무하는 학사장교 출신인 A대위는 지난해 장기복무 신청에서 탈락했다. 그는 1년, 2년 단위로 복무를 연장해오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장기 복무를 희망했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장기복무 신청을 하면 무난하게 받아들여졌는데 이젠 절반은 떨어진다”며 “올해 다시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제도상 학사장교는 최소 복무 3년 뒤 원하면 복무 연장을 통해 최대 9년까지 군에 있을 수 있고 그 이상은 장기복무 신청을 해야 한다.

학사장교로 복무 중인 한 공군 중위는 “제도상으로 재도전의 기회가 제한돼 있는 건 아니지만 소령의 정년이 45세이기 때문에 세 번 정도 신청해 떨어지면 포기하고 전역한다”고 털어놨다. 소령이 중령으로 진급에 성공하면 8년 이상 군 복무가 보장된다. 반면 두세 번가량 주어진 진급심사에서 탈락하면 군대에서 나가야 한다.

국방위 소속의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군의 인사관리는 과거 고도 경제성장과 높은 출산율에 맞춰 만들어진 것으로 많은 인원을 입대시켜 단기간 활용하는 정책이었다”며 “낮은 출산율과 군의 무기체계 다양화 등으로 전문성이 요구되는 가운데 자녀 교육 부담 등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때인 50세 전후에 간부들을 군에서 내보내는 정년제도는 사회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마디로 군대가 갑이고 간부들이 을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선발 규모를 줄이는 대신 한번 뽑은 인원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군인연금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서도 정년을 늦추는 게 필요하다”며 “정년 연장으로 인한 연금 지출 감소분이 인건비 증가분보다 커 전체적으로 예산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조 책임연구위원은 “직업군인은 기본적으로 20년 이상 복무 가능한 정년을 설정해 사회의 최소 정년 수준을 반영하고, 하위계급 위주로 정년을 연장해 계급 간 격차를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년 연장을 위해 진급 속도, 보수체계, 조기전역제도, 연금제도 및 비진급자 복무 활성화를 위한 인사·보직관리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복무하고 싶어도 못하는 부사관

군 실무의 최전선에 있는 부사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 불황에 따른 취업난으로 부사관의 장기복무 지원자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지원자의 10~15%만 장기복무 선발에 합격하고 있다. 군은 부사관 인력을 4년 단기복무 위주로 운영해왔다. 이 때문에 장기복무율이 하락해 직업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최근 3년간 육군 부사관 지원자를 보면 2010년 1만1000여명, 2011년 9000여명, 2012년 1만2000여명이다. 해당 연도별 지원자 선발률은 각각 88.2%, 111.5%, 118%에 달했다. 하지만 합격자들이 4년 의무복무를 마친 뒤 장기복무자로 선발될 확률은 15%를 밑돌고 있다. 일단 뽑아놓고 단기간 활용한 뒤 내보내는 구조다.

부사관 인력도 부대 관리 경험과 숙련도가 높은 원사와 상사 수는 적고 중사와 하사 수가 많은 전근대형의 ‘피라미드식’ 구조로 이뤄져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구조는 부사관 복무 지원 자원이 풍부하고 임무 수행에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낮을 때 유지할 수 있는 형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방에 근무하고 있는 한 부사관은 “장기복무를 생각하고 있지만 탈락할 경우 사회에 나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처우개선을 위해 부사관을 준사관으로 인정하는 대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부사관 인력구조 해결을 위해 지난 1월 현행 네 계급인 부사관의 계급체계를 다섯 계급으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국방부가 한국국방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이 방안에 따르면 신설되는 계급 명칭은 영사로 상사와 원사 계급 사이에 새로 둘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단기 하사 복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까지 부사관을 4만여명 늘리는 방안을 지난해부터 국정과제로 채택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