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미꾸라지' 도 별 수 없네

여의도 25시

윤강로 회장의 KR선물 적자로
선물회사들의 ‘혹한기’가 계속되고 있다. 매년 수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한때 ‘압구정 미꾸라지’로 이름을 날린 윤강로 회장의 KR선물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R선물(3월 결산)은 지난해 63억원의 영업적자와 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 해 전만 해도 3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지난해엔 수수료 수익이 83억원에서 31억원으로 급감하며 적자전환했다. 자기매매를 통한 영업이익도 한 해 전 16억원 흑자에서 49억원 적자로 쪼그라들었다. 삼성 현대 유진 등 감사보고서를 낸 4곳 중 이익 감소폭이 가장 크다. 윤 회장이 자산운용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KR선물은 자기매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적자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윤 회장은 2000년대 초 선물투자로 8000만원의 종잣돈을 1000억원대로 불린 게 알려지면서 선물투자업계의 ‘재야고수’로 떠올랐다. KR선물을 인수해 제도권에 진입한 지 3년 만인 2007년 지분을 매각하고 미국에서 학원사업을 벌이다 2009년 다시 복귀했지만 이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선물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정책 기조 변화 등으로 주식 연계 선물옵션은 물론 국채선물 등 파생상품 가격이 예측 불허의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있는 파생상품의 경우 방향을 잘못 타면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KR선물은 포트폴리오의 80% 이상을 채권 관련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한편 KR선물 외에 현대선물도 지난해 6억원의 손실을 내 적자전환했다. 삼성선물은 영업이익이 253억원에서 187억원으로 26% 줄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