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국가기관 출입시스템] "클린턴 대통령과 친분" 경호원에 으름장…91회나 뚫린 백악관 '아찔'

외국도 국가기관 보안 비상

美연방청사 테러 168명 사망도
미국 백악관에도 외부인의 무단 침입은 끊이지 않고 있다. 1980년 이후 백악관 출입통제시스템은 모두 91회 외부인에게 뚫렸다. 리처드 위버는 1991, 1997, 2002년 3회에 걸쳐 대통령 조찬·오찬·취임식장을 초청장 없이 휘젓고 다녔다. 세간의 이목은 ‘이중 삼중의 통제망을 어떻게 뚫고 들어갔느냐’에 쏠렸다. 미국인들은 “‘초청장을 분실했다’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둘러대는 수법으로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는 위버의 진술에 경악했다.

메리 다위토는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으름장으로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검찰국 요원들을 따돌리고 백악관 부활절 행사에 참석했다가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해 TV 리얼리티쇼에 출연하고 싶어했던 마이켈리-타렉 살레히 부부는 2009년 11월 초청장 없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베푼 국빈 만찬에 몰래 참석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영국에서는 2010년 10월 공공부문 일자리 축소 등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시위대 중 일부가 기업혁신기술부가 입주한 런던 정부청사에 무단 침입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영웅심리로 정부 기관에 몰래 들어갔다 적발돼 해프닝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허술한 출입통제가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참극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정부청사를 겨냥한 테러 중 가장 끔찍한 사건은 1990년대 중반 미국 중부 지역에서 발생했다. 걸프전에 참전해 무공훈장까지 받은 티머시 맥베이는 1995년 4월 질소 비료에 연료를 혼합한 일명 ‘비료폭탄’으로 오클라호마주 주도인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정부청사를 폭파, 168명이 생명을 잃었다.

이 사건은 2001년 뉴욕 맨해튼에서 발생한 9·11 테러 전까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테러였다. 당시 폭탄은 건물 앞 도로에 정차한 차량에서 터졌지만 건물 내부에서도 폭발하지 않은 폭탄 2개가 발견돼 출입통제시스템이 뚫린 것으로 확인됐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정부청사도 2011년 7월 폭탄 테러를 당했다. 극우파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맥베이처럼 비료폭탄으로 정부청사를 공격, 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