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뭐든 꼬투리 잡아 싸워야 직성 풀리는 정치판

망원렌즈까지 동원하는 황색저널리즘도 한몫
폭력은 중독증세의 하나다. 폭력과 폭언, 음모와 술수, 이전투구를 빼면 한국 정치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비밀서류들이 날아다니고 마치 사기꾼들의 그것처럼 도청에 녹취록이 확성기를 타고 살벌하게 울려퍼진다. 정치쇄신 특위까지 구성해 법안에 합의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여야 의원 간 고소·고발에다 거짓말과 폭로와 억지 주장과 무고와 배신과 음모가 벌떼처럼 일어난다. 양당 대표는 밥을 먹으면서도 으르렁대고, ‘칠거지악’이니 ‘계사오적’ 등의 단어를 만들어 낸다. 조폭의 구역 패싸움과 다를 바 없어서 정당 안에서도 저질로 분류되는 그런 극한투쟁형 인물들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전면에 등장한다.

누구든 국회에만 들어가면 그 모양이 되니 개인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천을 못 받는 정당 내부 권력구조가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저열한 승부욕에서 비롯됐다고도 할 수 있다. 촛불과 탄핵처럼 판을 뒤엎겠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여기에는 무엇이든 까발려 사회를 자극하고 싸움을 부채질하는 언론도 한몫하고 있다. 망원 렌즈로 “땡겨!”서 까발리는 황색 저널리즘에 언론도 중독되고 있다. 그 정치에 그 언론이다.

내 편은 다 옳고 상대방은 다 그르다는 사생결단, 여론이 들끓을 때만 특권을 내려놓는 척하는 국민기만, 슈퍼갑으로 군림하면서 을(乙)을 생각해주는 척하는 후안무치의 조폭들의 정치다. 국회와 정당은 이미 반목과 충돌을 확대재생산하는 증오의 독극물에 오염됐고 국민들조차 점차 마비증세에 눈과 귀가 풀어지는 중이다. 털끝만한 정당성이라도 있으면 이를 빌미로 전체 판을 한번 엎어보겠다는 소위 투사들이 정당의 전위대를 자처한다. 실로 대한민국의 위기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