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EU 품으로…藥일까 毒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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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28번째 회원국…한걸음 더 내딘 EU 통합크로아티아가 7월1일부터 유럽연합(EU)의 28번째 회원국이 된다. 2007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26, 27번째로 가입한 지 6년 만이다. EU 가입으로 크로아티아는 역내 국가들과 무관세로 무역할 수 있다. EU로부터의 발전기금도 예약했다. 한국 기업들도 물류와 인프라 투자 등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발전 vs 애물단지
14억유로 지원받아 성장 탄력…"EU수준 미달땐 제2 그리스로"
한국엔 다양한 투자 기회
항로 짧아져 물류비 등 절약…관광인프라 사업도 참여 기대
◆기대반 우려반 EU 가입은 크로아티아의 오랜 숙원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91년 세르비아와의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나라가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럽 국가가 된 것”이라고 평했다.
EU가 경제 발전이 필요한 회원국에 주는 기금도 호재다. 크로아티아는 2020년까지 14억유로의 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한다. 2004년 EU에 가입한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은 EU 기금을 바탕으로 상당 기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는 2005년 처음 EU 가입을 타진하고 7년간 준비해왔다. 루마니아 등을 너무 섣불리 EU에 받아들였다는 비판 여론 때문이다. 그간 크로아티아는 투자 환경을 정비하고 부패, 국가부채 등의 문제를 개선해 왔다. 지난해엔 이보 사나데르 전 총리를 부패혐의로 처벌했다. 조란 밀라노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우리는 정말 잘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그리스와 비슷한 처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독일 등 역내 선진국들에 시장을 뺏기고 산업 발전만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크로아티아 유력 경제 매체인 ‘비즈니스’의 손자 주판 기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독일은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며 결국 EU 기금을 다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도 예정된 EU 기금을 다 받지 못했다.
EU도 크로아티아의 가입이 탐탁지 않다. 크로아티아 경제가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침체를 겪고 있어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크로아티아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으로 강등했다. 독일 일간 빌트는 “EU에 가입하자마자 구제금융이나 받아먹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에는 기회 열려크로아티아의 EU 가입은 한국 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물류에 이점이 생긴다. 한국에서 크로아티아 남단 리에카항까지는 현재 많이 이용하는 독일 함부르크항까지 가는 것보다 4~7일을 아낄 수 있다. 리에카항까지 배로 물건을 싣고 간 뒤 육로를 통해 유럽 전역에 무비자로 납품하면 지금보다 물류비와 시간을 상당히 아낄 수 있다.
EU 기금으로 추진할 각종 인프라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리에카항에서 헝가리로 이어지는 철도의 현대화와 도로공사를 비롯한 각종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크로아티아 제1산업인 관광 분야에 많은 기회가 생길 전망이다. 크로아티아는 국토의 상당 부분이 아드리아해와 맞닿아 있다. 손꼽히는 휴양지다. EU에 가입하면 관광객은 더 늘어나겠지만 호텔 등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정희 KOTRA 자그레브 무역관장은 “크로아티아는 전쟁을 극복하고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룬 한국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며 “한국 기업에도 많은 투자 기회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