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에 웬 '알박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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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리즘재건축이 추진 중인 서울 압구정동 구현대10차 아파트 인근에 새로 짓는 건물을 두고 ‘알박기’ 논란이 일고 있다. 알박기는 개발 예정지역의 일부 토지만 사들인 뒤 나중에 이 땅이 필요한 사업자에게 비싼 값으로 되파는 부동산 투기 수법을 말한다.
임대업자 5층건물 신축허가
주민 "보상금·입주권 노린 꼼수"
부동산 임대업자 A씨는 이 단지의 201동과 맞닿아 있는 카센터부지(495㎡)를 매입,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건물을 짓기로 하고 작년 9월 강남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 땅은 아파트를 짓고 남은 자투리로 아파트 소유가 아닌 개별 필지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신축 건물에 대해 “나중에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보상금과 입주권을 받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 갈등이 시작됐다. 특히 건물 3~5층을 주택으로 허가받은 만큼 나중에 이곳에 들어오는 입주자들이 아파트 주민과 같은 입주권을 받게 된다는 점도 주민을 자극했다. 입주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4월 주민동의서를 받아 안전진단을 신청하는 등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새 건물을 짓겠다는 것은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축주인 A씨는 “정상적인 임대 사업을 주민들이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건축이 가시화되기 이전인 2011년 토지를 매입한 데다 3~5층에 들어서는 주택도 개별 소유가 불가능한 다가구 주택으로 조합원 지위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강남구의 중재로 건축주가 주민들에게 ‘재건축시 건물 보상은 감정가로 받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지만 양측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는 9월 준공을 목표로 건물 신축공사가 시작되자 주민들은 법원에 공사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강남구는 건축 허가는 적법한 행정절차인 데다 신축 목적도 주민들의 우려와 같은 알박기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주택과 관계자는 “다가구주택을 나중에 다세대주택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