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70년 '최대 위기'] 일감 35% 끊겨…건설사 빈사상태

민간·공공·해외 '수주절벽'
건설업체 5곳 중 1곳 부실
취득세 감면 종료에 따른 ‘주택 거래절벽’과 ‘미분양 누적’, 4대강 공사담합 조사, 해외건설 수천억원대 적자, 부도업체 급증….

한국 건설업계의 현주소다.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시계(視界) 제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970년대 ‘중동 건설 붐’ 이후 국가경제의 탄탄한 ‘기둥’이었던 시절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최근엔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던 ‘4대강 공사’를 완료했지만, 칭찬은커녕 ‘담합 논란’에 휩싸이면서 건설인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산업이 1940년대 태동 이후 7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올 들어 쌍용건설 한일건설 등 중·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법정관리(기업회생)를 신청하는 바람에 업계 순위 100위 이내 회사 중 21곳이 부실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사물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공사 수주액은 16조514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5조4519억원)보다 35.1%나 감소했다. 이로써 대형 건설사까지 수천억원씩 적자를 내는 등 부실 공포에 휩싸였다. 올해 공사물량도 지난해(101조5000억원)보다 3.4% 줄어든 98조원으로 2005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100조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부동산시장이 장기불황에 빠지면서 민간주택 건설이 줄고, 정부도 공공공사를 축소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해외 공사마저 줄줄이 적자를 내자 업계에서는 ‘껍데기 수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수삼 성균관대 석좌교수는 “건설업이 고용 창출과 경기 진작 등에 미치는 영향이 막중하다”며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연착륙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은 일정 수준의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를 유지하면서 건설산업과 종사자들을 보호한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종사자는 중개업 인테리어 등 연관산업을 합쳐 236만명(지난해 통계청 기준)에 이른다.

김진수/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