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9만개 일자리 창출…23억弗 수출…8조원대 시장…게임산업이 창조경제 '성장엔진'

게임산업 성장하려면…
영국 등 선진국선 개발 비용·세제 감면 등 전폭 지원
산업 기여도 커지는 데도 국내선 과잉 규제 설움
게임세대를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육성하는 인식 변화 필요
지난달 말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길에는 40대 초반 벤처기업인이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 총싸움게임(FPS) ‘크로스파이어’를 개발해 중국에서 ‘게임 한류’를 주도한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대표(41)가 대기업 회장들과 나란히 경제사절단에 합류한 것.

게임업계 최고경영자(CEO)가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길에 동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임이 혁혁한 수출 성과를 올린 것은 물론 한국 문화를 해외에 확산시킨 산업 주역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내 활약은 어떤 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2008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3억명의 가입자가 이 게임을 즐겼고, 중국 내 시장점유율 30%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 기업 텐센트는 이 게임 하나만으로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안방서 대접받지 못하는 설움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주목되는 건 게임을 술, 도박, 마약과 마찬가지로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행위로 규정하고 관리 대상에 포함시킨 대목이다. 입법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올초 셧다운제(자정 이후 청소년 온라인게임 차단) 확대에 이어 게임을 옥죄는 입법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게임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부정적 시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게 근본 문제다. 2011년 한·일 이용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절반인 50.6%가 게임에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사람(20.5%)의 두 배가 넘는다.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려면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게임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게임을 아이들의 놀이가 아닌 산업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게임에 대한 과잉규제가 게임 중독을 막는 효과는 없으면서 게임산업만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현 고려대 정보통신대학 교수는 “온라인 게임은 국경 없이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규제하더라도 해외 서버를 이용할 수 있다”며 “규제를 강화할수록 청소년들을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의 범죄자로 만드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헌영 광운대 법과대학 교수는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현재 주변의 친지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떳떳하게 얘기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창조경제의 엔진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인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게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게임산업은 상상력과 기술을 결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표적 창조산업이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도 올초 게임산업협회장에 취임하며 “게임산업은 박근혜 정부가 주도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이 당당한 창조산업으로 자리잡았다는 건 여러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2년 게임 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8조8047억원으로 전년보다 18.5% 성장했다. 3조원대인 영화, 음악 시장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콘텐츠 산업 중에서는 가장 큰 시장이다.

이 기간 게임 분야 종사자는 9만5015명으로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큰 기여를 했다. 음악(7만8181명)과 영화(2만9569명) 산업을 크게 앞선다. 수출액은 23억7807만달러로 영화, 음악, 캐릭터 등 다른 콘텐츠산업을 압도한다.
미국, 영국, 일본에 비해 뒤늦게 게임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한국은 인터넷의 빠른 보급, 창업 열기 등이 어우러져 단기간에 급성장하는 저력까지 보여줬다. 안방에서 규제로 발목을 잡지만 않는다면 창조경제의 엔진이 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창조경제의 원조로 통하는 영국은 게임산업에 대해 영화업계와 마찬가지로 개발 비용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등 전폭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내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있다. 창조경제 정책을 주도하는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은 “우리 학생들이 영어뿐 아니라 21세기의 언어인 컴퓨터 언어를 배워야 한다”며 “게임을 즐기는 데 중독된 아이들이 (소프트웨어를 다루면) 게임을 개발하는 아이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 세대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켜 세계를 지배하는 아이들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남경필 게임산업협회장은 “게임 등 인터넷산업은 대한민국에서 몇 안되는 경쟁력 있는 산업인데 규제가 너무 많다”며 “이런 규제를 부작용없이 순기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풀어나가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