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김택진·송재경·김정주·박관호, 한국 게임산업 이끈 '4인방'

창조경제의 엔진, 게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리니지로 온라인게임 산업 제패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첫 MMORPG 바람의 나라 개발
김정주 넥슨 회장, 비앤비·카트라이더 등 대박 행진
박관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의장, 미르의 전설2로 中서 게임한류
새로운 산업이 생겨날 때는 언제나 ‘미래를 내다보는 눈’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서로 협력하기도, 경쟁하기도 하면서 전설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다섯 살 차이의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가 1976년 주택가의 차고에서 ‘애플1’ 컴퓨터를 만들어 낸 것도 그런 예 중 하나다.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세웠던 빌 게이츠와의 협력과 경쟁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한국 게임산업이 태동하던 1990년 중반에서 2000년대 사이에도 여러 인물이 등장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자체 기술력으로 게임을 만들며 1990년대 이전까지 일본 미국의 비디오게임에 종속돼 있던 한국의 게임산업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탈바꿈시켜 놨다.

○김택진…‘한글’부터 ‘리니지’까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46)는 1990년대 한국 최고의 개발자였다. 이는 게임뿐 아니라 컴퓨터 소프트웨어, 인터넷을 넘나들며 쌓은 그의 화려한 이력에 잘 드러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5학번으로 입학한 그는 소프트웨어를 배우기 위해 들어갔던 동아리 ‘서울대컴퓨터연구회’(SCSC)에서 2년 선배인 이찬진을 만나 ‘아래아 한글’을 같이 개발했다. 대학원 2학년 땐 한메소프트란 회사를 차려 ‘한메타자교실’이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대학원 졸업 후 들어간 현대전자에선 국내 최초의 인터넷 기반 포털사이트인 ‘아미넷’(신비로)을, 1997년 엔씨소프트를 창업하고 나서도 SK로부터 의뢰를 받아 인터넷 기반 PC통신 서비스 ‘넷츠고’를 만들었다. 대우, 금호 등 대기업의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게 된 것도 그가 당대에 가장 뛰어난 개발자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자금이 갖춰지자 그는 오랜 숙원이던 게임 개발을 위해 송재경을 데려와 ‘리니지’ 개발을 시작한다.

○송재경…‘바람의 나라’ ‘리니지’의 아버지

지금은 엑스엘게임즈 대표로 있는 송재경은 국내 온라인게임의 시작과 함께한 인물이다.

KAIST 전산학과 박사과정을 중퇴한 그는 머드 게임(문자로 진행되는 RPG) ‘쥬라기 공원’ 개발에 참여하면서 게임업계에 뛰어들었다. 1994년엔 김정주와 넥슨을 공동 창업하고 그래픽 기반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다. 바람의 나라는 국내 최초의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아직까지도 넥슨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장수 게임이다.

이때 김택진은 송재경을 데려오기 위해 넥슨과의 합병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이미 아이네트라는 회사로 옮겨 ‘리니지’를 개발하고 있었고, 이에 엔씨소프트는 아이네트의 게임부문을 인수해버린다.

가장 앞선 인터넷·네트워크 기술을 갖고 있던 김택진과 탁월한 게임 개발 능력을 갖고 있던 송재경의 결합으로 ‘리지니’는 엔씨소프트에서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송 대표는 2003년 엔씨소프트를 나와 자신의 회사인 엑스엘게임즈를 세웠다.

○김정주…게임계의 스티브 잡스

정주 넥슨 회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86학번)를 졸업한 뒤 KAIST 대학원 전산학과에 들어갔다. 그때 기숙사에서 이해진 NHN 창업자와 같은 방을 썼다. 옆 방에는 송재경과 김상범(전 넥슨 최고기술책임자)이 있었다. 그의 나이 스물여섯 살 때인 1994년 12월 송재경과 넥슨을 공동 창업했다.

이때 송재경과 김정주의 관계는 흔히 애플을 공동 창업한 워즈니악과 잡스의 관계와 비교된다. 워즈니악이 애플 컴퓨터 개발을 주도하고 잡스가 사업과 마케팅에 수완을 발휘하면서 애플의 성공을 이끌었던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송재경이 ‘바람의 나라’ 개발에 매진했다면 김정주는 이를 지원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IBM으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고 정부 기금을 끌어오고, 대기업들의 홈페이지를 구축해주면서 부수적인 수입을 올린 것 등이 김정주가 해냈던 일이다.

송재경이 넥슨을 나간 이후 김정주는 사람을 보는 안목과 탁월한 사업능력으로 ‘비앤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의 게임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박관호…중국 집어 삼킨 ‘미르의 전설2’

‘미르의 전설2’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게임 한류’를 일으켰던 게임이다. 중국에서 동시 접속자 수는 2002년 6월 35만명을 돌파했고 11월에는 70만명에 달했다. 2004년에는 중국 게임 시장 점유율 64%를 차지했다. 이런 엄청난 성공 덕분에 중국 현지 서비스 업체였던 샨다는 중국 온라인 게임 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이 ‘미르의 전설2’를 개발한 사람이 박관호 위메이드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다. 국민대 경영학과 91학번이지만 재학시절 학과 공부보다 컴퓨터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재학 중이던 1995년 무렵 선후배 친구들과 학교 앞 찻집에서 게임 이야기를 하다 찻집 주인으로부터 5000만원을 투자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이 돈으로 1996년 액토즈소프트를 세웠고 ‘미르의 전설1’을 개발했다. 하지만 부족한 개발 자금에 끌어들였던 새로운 경영진과의 불화로 회사를 나와 2000년 위메이드를 창업하고 ‘미르의 전설2’로 재기한다. 지금은 완벽히 모바일게임사로 변신해 ‘윈드러너’를 서비스하는 회사로 더욱 유명해졌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