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총수 구속에 '침통'…비상경영체제 전환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횡령·배임·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결국 구속됨에 따라 CJ그룹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고 있다.

일단 손경식 그룹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그룹 정상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 사업 차질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검찰은 1일 밤 늦게 비자금 운용과 이 과정에서 횡령·배임·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이재현 회장을 구속했다.

이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기록에 비추어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회장과 변호인 측은 심문에서 혐의의 상당 부분을 시인했고 도주 우려가 없으며 건강도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CJ그룹 비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곧바로 구속영장을 집행해 이 회장을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영장 발부 후 서울중앙지검 청사 로비에 모습을 나타낸 이 회장은 "국민과 CJ 임직원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다시 한번 국민께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검찰은 2005년 이후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를 빌려 서미갤러리를 통해 1000억원대 미술품 거래를 하면서 비자금을 세탁한 의혹과 2008∼2010년 차명재산으로 CJ와 CJ제일제당 주식을 사고팔면서 주가를 조작한 의혹 등에 대해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이에 따라 검찰은 구속된 이 회장을 조만간 불러 후속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은 필요시 10일간의 구속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하며 조사를 벌인 뒤 이달 중순께 이 회장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 손경식 중심 비상경영체제 전환 방침이재현 회장의 구속이 현실화하면서 CJ그룹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놓였다.

지난 1953년 그룹의 모태인 CJ제일제당 설립 이후 60년, 1993년 삼성과 분리 후 별도 그룹으로 거듭난 지 20년만에 말 그대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됐다.

CJ는 이 회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만큼 손경식 그룹 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그룹 내에서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손복남 여사의 친동생이다.

CJ는 일단 이 회장 부재시 우려되는 공백을 최소화하고, 비상체제를 유지하되 경영은 이전과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올해를 '글로벌 원년'으로 삼아 해외 사업을 축으로 그룹 외연을 본격적으로 확대키로 한 상황에서, 총수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셈이다.

◆ 일부 해외 사업 차질 불가피

그러나 '총수 리스크'에 따라 그룹 안팎에선 일부 해외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CJ제일제당이 라이신 글로벌 1위 생산력 확보를 위해 진행중이던 중국 업체와 인수 협상이 중단됐고, 사료사업도 중국과 베트남에서 최종 단계까지 진행된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통운도 글로벌 물류업체를 사들이는 방안을 타진중이었지만 협상이 잠정 중단됐고, 프레시웨이의 미국과 베트남 현지 유통망 인수도 보류된 상황이다.

이 회장의 '출국금지'로 연이어 예정돼 있던 터키, 중국, 동남아시아, 미국 등 해외 출장이 모조리 취소된 것도 일정 지연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룹 관계자는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다른 해외국가에 '제4의 CJ'를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 회장의 현장 경영이 줄줄이 깨지면서 사업적 손실은 물론 기업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우려했다.재계 안팎에선 단기적 사업 보류 뿐 아니라 그간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신사업을 비롯해 오쇼핑과 CJ E&M 등을 주축으로 공격적으로 진행된 해외시장 진출이 소극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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