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어디로 가나] 대선공약 vs 최저생계비안 격차…7조 → 43조 확 벌어져
입력
수정
행복연금위, 이달중 최종회의…기초연금 재정 비교해보니행복연금위원회가 이달 중 마지막 회의를 열고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확정한다. 민주노총 등이 탈퇴했지만 위원회는 상위 20~30% 고소득자를 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지급액은 월 최저 10만원, 최고 20만원으로 하자는 데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상균 행복연금위원장은 “민주노총 등도 고소득자를 제외하는 데는 동의한 상태”라며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물가상승률 적용하면
대선공약 161조, 생계비안 65조…2040년 재정격차 100조 육박
'혼합 적용' 가능성 높아
국민연금 가입·소득 등 고려…정부조율·국회 통과 험로 예고
◆연간 예산 눈덩이처럼 불어나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때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공약을 검토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모든 노인에게 주되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해 4만~20만원을 지급하자는 안으로 후퇴했다. 하지만 행복연금위는 이 모든 방안을 백지화했다.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 보건복지부가 장기 재정 소요를 계산해 제출한 것이 계기였다.
공약대로 이행하려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불변가격 기준으로 2015년에 15조원, 2020년엔 19조원 정도가 든다. 하지만 그 뒤로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소요 재원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해 2040년 72조원, 2060년에는 117조원으로 폭증한다. 반면 행복위가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방안 중 하나인 최저생계비 150% 미만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면 2020년 12조원, 2040년 29조원, 2060년 42조원에 그친다. 두 방안의 예산 차이는 △2015년 5조원 △2020년 7조원 △2040년 43조원 △2060년 75조원 등으로 급격히 벌어진다.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경상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은 2030년대 중반 100조원을 넘고, 2060년 한 해에만 387조원이 필요하다. 행복위 위원들이 공약과 인수위안을 포기한 이유는 연간 100조원을 훌쩍 넘기는 소요 예산을 들여다보면서다. 한 위원은 “아무리 성장률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이 정도의 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 모든 위원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중복 지원 문제도 해결해야 이달 중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위원들이 선호하는 지급 방안은 △최저생계비 150% 이하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안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안(균등 부분 반비례)으로 압축됐다. 이들 방안은 정부 부담뿐 아니라 중복 지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균등부분 반비례 안이 특히 그렇다. 기존 국민연금에는 소득 재분배 기능이 들어가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 3년 평균 월소득(A값)보다 자신의 소득이 적으면 낸 돈보다 더 많이 받아가도록 설계돼 있다. 균등부분 반비례안은 이 A값의 중복 수혜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경우 A값과 기초연금을 합쳐 20만원을 맞춰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올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8년인 사람의 A값 급여는 10만원이기 때문에 이 사람에게는 기초연금 1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물론 국민연금 미가입자는 20만원 전액을 받게 된다. 또 위원들이 최저생계비 150% 안을 선호하는 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효과가 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소득 재분배 측면에서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하이브리드안 나올 듯
이달 중 열리는 마지막 회의에서는 세 가지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대상을 소득 하위 70~80%로 할지, 최저생계비의 150% 등 소득을 기준으로 할지가 첫 번째다. 또 20만원씩 다 줄지, 아니면 여러 기준에 따라 차등 지급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마지막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고려할 것인지 여부다. 김 위원장은 “여러 안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안이 복수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공약에서 대폭 후퇴한 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공약대로 가야 한다”고 하면 일은 복잡해진다. 막대한 재원 조달을 위해 국민연금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관측이다. 복지부나 위원회 측은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고집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부의 고민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공약을 접더라도 야당의 반발은 또 다른 변수다. “공약을 이행하라”며 정부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불변가격
미래의 가격에서 물가 변동에 따른 상승·하락분을 제외하고 현재 수준으로 조정한 가격. 만약 연간 물가상승률이 50%인 상황에서 볼펜 한 자루의 가격이 올해 100원에서 내년 150원으로 오를 경우 내년 기준 볼펜의 불변가격은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100원이 된다.■ 균등부분 반비례 방안
국민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국민연금 균등부분(급여)과 기초연금을 합쳐 20만원을 주는 방안. A값이 10만원인 사람에겐 10만원의 기초연금을, A값이 15만원인 사람은 5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해 20만원을 맞춰준다.
김용준/고은이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