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조례' 교육계 또 保-革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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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상정 놓고 논란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중점 사업이었던 혁신학교를 두고 교육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4일 혁신학교 지정·취소 등 교육감의 고유 권한을 제한하는 ‘혁신학교 조례안’을 찬성 측과 반대 측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간 가운데 심의했다. 추가경정예산안 등 다른 안건들까지 겹쳐 혁신학교 조례안 결과는 심의가 하루 연장된 5일 확정될 예정이다.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 조례가 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재의를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성향 교원·시민단체들은 혁신학교 조례 제정을 촉구한 반면 보수성향 단체들은 혁신학교 조례안은 물론 혁신학교 자체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혁신학교 지정·취소…교육감 고유권한 제한
서울교육청은 반발…"본회의 의결 땐 재의요구"
◆“혁신학교 조례는 교육감 권한 침해” 혁신학교 조례안은 △혁신학교운영지원위원회(혁신학교위) 설치운영 △혁신학교위 심의 거쳐 4년마다 혁신학교종합계획 수립 △혁신학교의 지정·운영·취소에 대해선 혁신학교위에서 심의 △혁신학교의 운영에 필요한 행정재정적 지원 등을 교육감에게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교육청은 그동안 혁신학교 조례안이 자율학교의 지정·운영에 관한 교육감의 권한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어긋난다며 반대해 왔다. 이병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혁신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자율학교인 만큼 교육감의 업무에 속하는데, 조례로 지정이나 취소를 제한하는 것은 교육감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례안이 시의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전체 시의원이 표결하는 본회의까지 재의 요구를 포함한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혁신학교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서울시교육청은 20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재의 요구에 대해 시의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3분의 2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조례로 최종 확정되며 그렇지 않으면 폐기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례가 재의결되면 대법원에 상위법 위반으로 제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22개 교원·학부모 단체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학교 조례안 폐기를 촉구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서울시내 2200개 학교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은 제한돼 있는데 혁신학교에만 추가로 1억4000만원씩 지급하는 것은 특혜”라며 “혁신학교 제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 시작된 갈등, 언제까지
혁신학교를 둘러싼 서울 교육계의 갈등은 곽 전 교육감이 취임한 2010년부터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다. 곽 전 교육감은 다른 시·도가 학교 사정에 따라 연간 1000만원에서 5000만원을 차등 지원하는 것과 달리 학교당 1억4000만원의 목돈을 지급해 형평성 논란을 일으켰다. 교사가 혁신학교로 자유롭게 전근할 수 있도록 해 전교조 등 특정 정치 성향 교사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을 낳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용린 서울교육감은 올 한 해 혁신학교의 성과를 면밀히 검토한 다음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달 중순부터 오는 19일까지 운영 2~3년차인 혁신학교 8곳에 대한 성과 감사를 하고 있으며 한국교육개발원에 작년까지 지정된 61개 혁신학교 평가 연구도 의뢰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감사와 평가 결과가 나온 후 조례안을 심의해줄 것을 시의회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혁신학교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2006년부터 ‘전인 교육’을 표방하며 만든 자율학교. 교육청에서 최대 1억4000만원까지 추가 예산을 배정받기 때문에 학부모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다른 학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전교조 등 특정 정치 성향 교사들이 몰리고 의사결정구조가 평교사 중심이어서 교장의 권위가 실추된다는 지적도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