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조 재원 '막막'…수도권GTX 등 96개 신규사업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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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民資로 朴대통령 지방공약 167개 사업 이행하겠다는데…
민자유치 당근책 불구…성사가능성 불투명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꼴'…옥석구분 필요

○96개 신규 사업 재원 계획 ‘없음’ 정부는 지난 4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지역공약 이행 계획’을 확정해 5일 발표했다. 정부가 확정한 지방공약은 106개, 사업 수 기준으로 167개다. 이 중 71개 계속사업에는 총 40조원이 들어가는데 이미 중장기 계획이 잡혀 있어 논란의 소지가 적다. 하지만 사업 타당성을 따져 추진하겠다는 96개 신규 사업의 경우 총 84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을 뿐 중앙과 지방정부가 얼마를 부담할지, 언제부터 사업을 시작할지 등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송정~목포 간 KTX, 충청권 광역철도 등 굵직한 지역 현안이 모두 이런 상황이다.
정부가 재원 조달 계획을 못 잡는 것은 아직 구체적인 사업 진행 방식이 결정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정부의 열악한 재정 여건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복지 공약 등을 위해 현 정부 임기 중 135조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방공약 이행 재원까지 예산을 쏟아붓게 되면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가 수익을 보장해주는 최소수익보장(MRG) 제도가 2009년 폐지된 후 신규 민자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MRG 방식의 기존 민자사업을 재계약을 통해 원금 정도만 보장하는 비용보전(CC) 방식으로 바꾸려는 데 대해서도 “계약 위반 아니냐”는 불만이 적지 않다. 민자 유치에 실패하면 정부로선 지방공약 이행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차기 정부가 알아서 해라(?) 정부가 재원 조달 계획을 세워도 실질적인 부담은 차기 정부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도로 철도 등 대형 SOC의 경우 사업 구상부터 예비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실시설계를 거쳐 착공에 이르기까지 보통 5년 안팎이 걸리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 중 상당수는 현 정부 임기 말에 들어서야 겨우 착공할 수 있거나 차기 정부로 사업 시기가 넘어간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런 사업들은 착공부터 완공까지 또 10~15년이 걸리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권 교체 후에 현 정부 공약사업이 지속될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선택과 집중 없이 ‘모든 걸 다하겠다’는 식으로 덤비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충실히 해서 지방 SOC 사업 중 불필요하거나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아예 시행을 안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주용석/김보형/안정락 기자 hohoboy@hankyung.com ■ BTL·BTO
민간 투자로 공공시설을 짓는 방식을 말한다. BTL(Build Transfer Lease)은 민간이 공공시설을 지은 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임대료 명목으로 공사비와 이익을 분할 상환받는다.
BTO(Build Transfer Operate)는 민간이 시설을 준공해 정부에 소유권을 양도한 뒤 일정 기간 직접 운영하면서 사용자로부터 이용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한다. BTL은 ‘임대형 민간 투자사업’, BTO는 ‘수익형 민간 투자사업’으로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