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비상경영" 대한상의 떠나는 손경식

지방상의 회장 20여명 3시간 만류에도 강경…9일 공식 사의표명
손경식 대한·서울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임기를 1년7개월여 앞두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달 초 CJ그룹 경영위원장을 맡게 돼 상의 회장직을 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손 회장은 9일 자신의 거취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손 회장은 8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이재현 CJ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위원장을 맡은 만큼 대한·서울상의 회장직에서는 물러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된 직후 CJ는 경영위원회를 발족하고 손 회장에게 위원장을 맡겼다. 손 회장은 이 회장의 외숙부로 CJ 공동 회장이다. 손 회장은 “CJ 쪽 업무량이 많아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상의 회장직을 내놓는 것이 낫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서울과 지역 상의회장 등 20여명의 회장단은 손 회장의 사퇴를 적극 만류했다. 한 참석자는 “기업을 직접 운영하면서 상의 회장직을 수행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CJ 비상경영위원장을 맡았다고 해서 상의 회장직까지 내놓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후임자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그만두는 것은 곤란하다”며 사퇴를 말렸다.

손 회장은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에서 사퇴 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하루 더 고민해보고 입장을 다시 밝히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 회장은 9일 회장단에 자신의 거취를 다시 통보할 계획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사임 의지가 워낙 강해 손 회장이 회장직을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관례상 대한상의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이 겸직한다. 손 회장이 사퇴할 경우 16명의 서울상의 부회장 등 100여명의 의원들이 총회를 열어 합의 형식으로 신임 회장을 추대하고 대한상의 회장을 맡긴다. 박용만 두산 회장,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 등이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포함돼 있다. 대한상의 회장 임기는 3년이며 2007년 상공회의소법 개정에 따라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2005년 11월 박용성 회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손 회장은 세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박해영/배석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