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국정원 거듭나야" 고강도 개혁 주문

"의혹 철저 조사"…국내정치 파트 개편 예고
"NLL 수호 분명히"…野 "책임자 처벌해야"
< 국민대통합위 첫 회의 주재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열린 국민대통합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한광옥 대통합위원장(오 른쪽)과 함께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정권부터 국가정보원은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됐다”며 “이번 기회에 국정원도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8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원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보장을 위한 업무를 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한다”며 “국정원은 본연의 업무인 대북정보 기능 강화와 사이버테러 등에 대응하고 경제 안보를 지키는 데 전념하도록 국정원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혁안을 (국정원) 스스로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왜 그런 일이 벌어졌고, 실체가 과연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며 “철저히 조사한 뒤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논란과 관련해서는 “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제기된 것 자체가 유감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국민에게 NLL 수호 의지를 분명하게 해 더 이상의 논쟁과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대화록 공개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 불거진 이후 국정원 개혁을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무대응’ 기조를 유지할 경우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의 불똥이 자칫 자신에게까지 튈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개혁 필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국정원은 고강도의 개혁안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국정원 본연업무 강화’가 그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찰 등 논란이 돼왔던 국내정치 파트 업무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도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내정치 파트를 국정원에서 아예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국내정치 파트를 아예 없애기는 힘들다는 시각도 여권 내에 존재한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오랜 침묵을 깨고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언급대로 댓글 의혹이 왜 벌어졌고, 정확한 실체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국정원 개혁방안에 관한 협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덮기 위해 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공개를 감행한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하지 않고 국정원 개혁이 가능한가”라며 “개혁 대상인 국정원에 스스로 개혁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하는 것은 국정원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며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의지 표명과 함께 남 원장 해임을 주장했다.

도병욱/김재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