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비씨카드 '진격의 30년'…글로벌 카드브랜드 '우뚝'

Cover Story - 비씨카드

비자·마스타처럼 세계 어디서나 사용 가능
국내 최대 회원·가맹점 보유…5년 연속 '고객 만족도' 1위
금융·통신 서비스 융합…모바일카드 시장 주도
600만장 돌파한 '그린카드'…'최단 기간·최다 발급' 기록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비씨카드 본사에서는 한국기록원이 수여하는 공식 인증식이 열렸다. 비씨카드의 ‘그린카드’가 발급 수 600만장을 돌파해 최단기간에 가장 많이 발급된 카드라는 사실을 공인받는 자리였다. 비씨카드가 카드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한국의 1인당 카드결제 건수는 연 129.7건(2011년 기준)으로 세계 1위다. 2위 캐나다(89.6건), 3위 미국(77.9건)을 크게 앞선다. 비씨카드는 국내 최대 회원 수, 국내 최대 가맹점을 보유하고 이 같은 ‘신용카드 강국’을 이끈 주역이다. 단순히 규모가 큰 데 그치지 않고, 금융과 통신서비스를 융합한 모바일카드 시장을 주도하는 등 선도자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다. 특히 비자나 마스타처럼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는 글로벌 카드브랜드로 도약한 점이 돋보인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카드회사들과 제휴 중인 글로벌 비씨카드를 발급받으면 해외 105개국에서 마음놓고 쓸 수 있다.

하지만 비씨카드는 엄밀히 말해 직접 카드를 발급하는 ‘신용카드회사’는 아니다. 다른 신용카드사에 카드 발급, 결제 및 가맹점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에 비자와 마스타카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비씨카드가 있는 셈이다.

○최대 회원 수 기반으로 카드 선진국 견인 비씨카드는 시중은행 5곳의 신용카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1982년 출범했다. 창립 31주년을 맞은 이 회사는 약 2700만명의 회원과 245만여개 가맹점을 보유한 한국 신용카드업계의 대표기업이다. 지난 한 해 비씨 브랜드 로고가 카드플레이트에 찍힌 신용카드의 사용액은 130조원에 달했다.

비씨카드는 자사 브랜드를 발급하는 금융회사들을 위해 브랜드 및 가맹점 관리, 카드 발급 및 대금청구 등의 업무를 한다. 비씨가 이 같은 일련의 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한 덕분에 신용카드 회사들은 사업 영위에 필요한 인프라에 중복 투자할 필요가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한국 신용카드산업의 효율성을 높여 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다. 한국 카드산업의 초기 태동기에서부터 성장기를 거쳐 오늘날 신용카드 선진국으로 자리잡기까지의 전 과정을 함께한 것이다. 대규모 회원과 가맹점을 이용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덕분이다. 비씨카드의 이 같은 역할은 신용카드산업이 성숙기로 접어든 지금도 변함없다.

비씨카드의 고민은 회원 카드회사들의 경영 효율성 제고에 모아지고 있다. 최근 금융회사들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회원사들의 카드업무 지원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2008년 상호저축은행 앙회의 체크카드 사업 지원을 시작으로 비씨카드의 업무 범위는 전북은행 수협 광주은행 제주은행 우정사업본부 새마을금고 신협 산업은행으로까지 확장됐다.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회원사를 여러 개 그룹으로 세분화해 각 사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맞춤 지원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모바일카드, 그린카드…쉼 없는 도전

회원사들이 대형화하면서 자체 결제망과 가맹점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례가 늘자 비씨는 모바일 카드를 ‘차세대 먹거리’로 선택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3000만대에 달한 점을 이용한 성장전략이다. KT가 주식 69%를 보유 중인 점도 통신과 카드서비스가 결합한 새 비즈니스를 주도하기에 이상적인 구조다. 일단 출발은 순조롭다. 작년 8월부터 드라이브를 걸어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본격 영업을 시작한 지 채 1년이 안 지났지만, 하나SK카드가 독주하던 모바일 신용카드 시장 1위 자리를 넘볼 정도다. 6월 말 기준 발급량이 66만장에 달해 연말께는 100만장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씨카드의 앞선 사고는 환경부와 공동으로 출시한 ‘그린카드’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린카드는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개발했다. 사용자들이 친환경 제품 구입 등을 실천할 때마다 ‘에코머니 포인트’를 지급해 주는 방식이다. 이 카드는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호평받은 것은 물론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한국 유치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출시 당시에는 공익상품이라 성공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신용카드 역사상 처음으로 발급 수 600만장을 돌파했다. 한국기록원이 최단기간 내에 최다 발급된 카드라는 점을 공인해 조만간 세계 기네스북에도 등록될 예정이다.

○“비즈니스는 사람”…고객 마음을 읽는다

비씨카드는 요즘 고객 서비스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올 들어 ‘고객은 우리의 생명(고우생)’이라는 이름의 고객 만족 프로젝트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고객 관련 부서들이 회사 조직도상 가장 앞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또 모든 임원실의 회의탁자에는 ‘고객’이라는 이름의 명패를 둔 별도 자리가 마련됐다. 회사에서 만드는 서비스나 상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고객의 입장을 반영하자는 의미다.

업무용 사내 그룹웨어에 ‘현장의 소리를 듣다’란 코너를 마련, 상담과정에서의 고객 불만도 생생하게 전달받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비씨카드는 신용카드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비씨카드가 빅 데이터를 활용해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대박 상권’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은 “모든 비즈니스는 사람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고객 중심의 회사로 진화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