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鬼胎 막말' 여권 총공세에…강경했던 민주 한발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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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한 새누리당
"진정성 있는 사과해라"
13일 회의…정국 돌파구 찾나
여론 악화 당혹한 민주당
김한길 대표 유감 표명…홍익표 원내대변인 사퇴
< 鬼胎 :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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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주당은 오후 한발 물러섰다. 김한길 대표가 유감표명을 하고 홍 원내대변인이 사과와 함께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13일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정국 정상화 여부는 주말에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모두 ‘확전’에 대한 부담이 있는 만큼 극적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국정원 국조파행 빌미줬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강경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본질을 가리기 위해 정부·여당과 국정원이 총동원돼 국정원 국정조사의 무력화를 시도해도 우리는 결코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은혜 은수미 박홍근 의원 등 초선 의원 18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종신 대통령을 꿈꿨던 유신시대가 떠오르고 전제군주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대화록의 예비열람 일정을 취소한 데 대해 “국정 불안과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파문이 확산되자 홍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 말씀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고 원내대변인직을 사임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회의를 열고 논의 끝에 홍 원내대변인의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 대표도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이 한발 물러선 것은 ‘막말 논란’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국 파국이 장기화될 경우 결코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돌파구를 찾아 나선 것이다. 한 관계자는 “쓸데없는 막말로 여당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국정원 국조 파행의 빌미를 줬다”며 “4대강 등 현안도 자칫 뒷전으로 밀려날 판”이라고 지적했다. 온건파 지도부가 친노무현계 등 강경파에 휘둘린다는 비판도 지도부를 움직이게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눈높이 맞는 사과 필요”
새누리당은 강경했다. 원내 일정 중단을 선언하고 민주당 지도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홍 원내대변인이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새누리당은 홍 원내대변인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던 운영위 회의를 취소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열람할 여야 의원 10명은 운영위에서 회의를 한 뒤 성남 국가기록원으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의혹’과 관련된 대화록을 예비 열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회의가 취소됨에 따라 대화록 열람도 무산됐다. 홍준표 경남지사 고발을 논의할 예정이던 공공의료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도 취소됐다.
황우여 대표는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황 대표는 “국가원수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독이며, 국민에 대한 모독으로 정치인으로서 해선 안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 원내대표는 “홍 의원이 전·현직 국가원수에 대해 모욕을 넘어 저주하는 내용의 얘기를 했다”며 “절대 묵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변인이 사퇴한 데 대해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진정성 있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게 당 지도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내일 당 지도부와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김 대표의 유감 표명이 새누리당이 요구한 사과 수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가 정국 정상화 여부의 관건이다.
이호기/이태훈/추가영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