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통령 정통성 부정" 격앙

청와대는 12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귀태’ 발언을 사과하고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한 데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전에 이정현 홍보수석(사진)이 공식적으로 홍 원내대변인의 사과를 요구한 것 외에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을 게 없다”며 “일단 사과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이뤄졌는지, 진정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청와대가 홍 원내대변인의 사과에까지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청와대가 홍 원내대변인의 사과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은 일단 사과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막말한 점을 감안하면 사과의 수위가 낮다는 것이다. 다만 홍 원내대변인이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하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까지 유감을 표명한 상황에서 공세를 이어갈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입장 표명 유보를 택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1일 오후부터 12일 오전까지 세 차례나 홍 원내대변인을 공식 비판했다. 11일 오후 이 수석과 김행 대변인은 각각 브리핑을 통해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을 공격했고, 12일에는 이 수석이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8시15분께 이뤄졌는데, 이 시간에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수석은 기자회견에서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은 폭언이고 망언”이라며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수석은 “이제 취임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밤낮 없이 외교와 안보, 경제 살리기에 여념이 없는 대통령에 대한 야당 원내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의원이 그런 식으로 막말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망치고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이 민주당의 당론인지 묻는다”며 “야당은 국민과 대통령께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격노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