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드가는 왜 발레리나를 그렸을까?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에드가 드가의 ‘장밋빛 발레복의 무희들’.(1884,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19세기 프랑스 인상파의 중심 인물인 에드가 드가(1834~1917). 그는 우리에게 발레 혹은 발레리나를 그린 화가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것은 그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파리에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난 드가는 문화 예술의 향기가 넘치는 가정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법률가가 되기를 원했던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화가가 되긴 했지만 영민하고 근면한 그의 화가로서의 성공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1874년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뜻하지 않은 위기가 불어닥친다. 동생 르네가 사업을 한답시고 엄청난 빚을 진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가문을 일으켜야만 했다. 그는 이때부터 원하지 않았던 발레 그림에 손을 댄다. 당시 부르주아 계층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던 발레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늘씬한 몸매의 아름다운 자태를 한 발레리나를 그린 작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드가의 집안을 일으키는 데 상당히 기여했다. 그는 이런 발레 그림을 자신의 ‘상품’이라고 부르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 드가는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레의 화가로 기억된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때때로 우리를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곤 한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