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없는 한화…中·터키 공세에 2·3단계 수주 '불투명'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

金회장, 이라크 사업에 애착…추가 사업 수주 답보상태 빠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이 지난해 5월 바그다드 총리공관에서 열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 본계약 체결식이 끝난 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최근 이라크 민영방송인 벨라디TV는 이라크 전역에 방영되는 저녁 뉴스에 5분 분량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어 국영방송인 알 이라키아TV도 인근 도로공사 현장과 콘크리트 건축자재를 만드는 PC(precast concrete)공장 모습을 취재하는 등 1시간 분량의 기획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알 사바, 알 마다 등 이라크 주요 신문들도 관련 기획기사를 잇따라 내보고 있다.

덕분에 한화건설은 이라크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기업으로 부상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10만가구 신도시라는 엄청난 규모 때문에 현지 미디어들도 처음에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공사가 착착 진행되면서부터는 태도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화건설의 속내는 항상 아쉬움이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이라크에서 발주되는 추가 공사에 대한 수주작업이 답보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평소 “이라크 신도시 사업으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며 이라크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

김 회장은 이라크 전쟁이 끝나기 2년 전인 2009년부터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종전이 이뤄지면 대규모 전후 복구사업이 잇따를 것”이라며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에게 해외시장을 전담케 했다. 이후 김 부회장은 이라크 정부와 꾸준히 접촉, 건설공사 수주를 위한 길을 닦아왔고 마침내 비스마야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7월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김 회장을 만나 발전·정유시설·학교·병원·태양광 사업 등 10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추가 재건사업에 한화의 참여를 요청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추가사업 수주 논의는 더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공식까지 마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 선수금(7억7500만달러) 입금이 약속보다 두 달 가까이 늦어지기도 했다. 비스마야 프로젝트의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의 사미 알 아라지 의장도 지난 1월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승연 회장의 의지와 용기로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김 회장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재건시장은 2010년 알 말리키 총리 연임 이후 정치상황이 안정된 데다 최근엔 원유생산량까지 증가하면서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한화건설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이라크 추가 수주가 이어진다면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외화 획득은 물론 중소기업과의 동반진출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중국과 터키 등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한 개발도상국은 물론 유럽 등 기술력을 앞세운 선진국 건설사들까지 잇따라 이라크 재건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추가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룹 오너로서 탁월한 경영감각과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김 회장의 공백이 아쉬운 이유다. 김 부회장은 “김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2, 3단계 이라크 재건사업에 대한 협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한·이라크 협력관계가 벌어진 틈을 타 중국과 터키 등 경쟁국 건설사들에 이라크 재건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