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스토리③]당신의 회사는 안녕하십니까…'벤처 1세대' 휴맥스, 운영혁신 스토리 "성장통을 이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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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모를 불황의 터널에서도 남다른 노력과 혁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우뚝 선 성공기업들의 숨은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발굴한 기업들의 생생한 성공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도전과 위로가 되어 드릴 것입니다. <편집자 주>1980년대 후반, 한 청년은 공학박사 학위를 받자마자 기술신용보증기금에 5000만 원짜리 보증서를 신청하러 갔다. 하숙집을 전전하던 처지였다. 막무가내로 창업자금을 구한 그는 대학원 동료 6명과 사업계획도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매출 1조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휴맥스의 탄생 스토리다.휴맥스는 스스로 "보잘 것 없이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벤처 1세대 기업 중 최초, 창업 21년 만에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기까지 성장 과정은 범상치 않다. 벤처기업뿐 아니라 매출 5000억원대 중견기업들이 앞다퉈 휴맥스의 운영혁신 스토리를 배우려고 애쓸 정도다.
이러한 성공의 중심에는 혁신실이 있다. 혁신실은 2004년 12월 회사가 망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할 당시 설립됐다. 창업 멤버인 이용훈 휴맥스 혁신실장(전무)이 변대규 사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지난 9년간 이끌어 왔다. 영업맨 출신인 그가 '성장통'을 앓고 있던 휴맥스를 '혁신'하기까지 성장담을 들어봤다.
◆ 매출 3000억 벽에 부딪히다…"혁신만이 살 길""휴맥스의 매출은 1997년~1999년 150억원 대에서 540억원 대로, 2000년에는 1400억원으로 급성장했습니다. 그러나 2001년부터 4년 간 매출은 3000억원 대에서 정체됐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그 만큼 체계도 잡았어야 했는데, 생산이 곧 매출로 이어질 것이란 안일한 생각을 했던거죠.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휴맥스는 창업 첫 해인 1989년 매출액이 1억2500만원에 불과했다. 정부와 민간연구소, 기업 등의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회사를 운영했다. 주로 공장 자동화와 관련된 용역사업, 비디오 신호 처리보드 등 뚜렷한 사업전략 없이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기회는 1991년에 찾아왔다. 여러 제품을 개발하다 내놓은 PC용 영상처리보드가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때마침 노래방 '붐'이 일면서 노래반주 영상에 가사를 띄울 수 있는 이 기술이 큰 호응을 얻었다. 휴맥스는 노래방 기계 사업으로 번 돈을 모두 디지털 셋톱박스 개발에 투자했다. 세계 3번째로 디지털 위성방송용 셋톱박스 개발에 성공하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제 2의 도약기를 맞았다.회사가 성장하면서 직원 수도 크게 늘었다. 창업 초기 직원 수는 11명에 불과했지만 2000년 183명, 2004년 569명에 달했다. 그러나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조직이 갑자기 커지다 보니 하는 일마다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드는 비용도 갈수록 커졌습니다. 10개월을 예상하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평균 17개월이 걸려야 끝났고, 하루에 생산이 9번씩도 중단됐습니다. 원자재가 제때 도착하는지 제품 개발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전혀 파악할 수가 없었죠."
당시 직원들의 이직률도 10~20%대로 높아졌다. 이 때 변 사장의 머릿속에는 '혁신'이라는 말로 가득찼다고 한다. 또 '혁신'을 꾀하기 위해서는 오직 그것만 고민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 전무가 혁신실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4명의 초기 멤버와 함께 '혁신'에 나섰다.◆ 'S자' 성장곡선,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오랜시간 끝에 내린 결론은 '혁신'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성장곡선은 'S자'를 그립니다. 한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계점을 벗어나는 순간 갑자기 성과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추진력과 기다림이 필요한 거죠."
이 전무는 혁신실 초기 2년간은 '혁신'에 대한 개념을 잡고, 연구하는 데에만 몰두했다.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이었다. 가장 큰 해답은 그리나(Frank M. Gryna)의 '품질경영학'이란 책에서 얻었다.
"'품질경영학'의 핵심은 품질을 올리면 원가와 시간에서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품질이 제품의 질을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업무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휴맥스의 경우 과거 재작업이 많아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바로 이 순간,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면 품질도 높아지고 재작업도 훨씬 줄어들게 됩니다."
이러한 품질경영을 위해서는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능력이 뛰어난 직원 300명을 모아 놓는다고 훌륭한 결과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결론이다.
"신입 직원 한 명이 밥 값을 하기 위해서는 통상 1년이 걸립니다. 한 제품을 개발할 때 80%는 기존 제품을 참고하고, 나머지 20% 수준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합니다. 그런데 기존 80%를 파악하기 위해 1년이 걸립니다. 휴맥스는 프로세스를 갖추는데 투자를 많이하고, 투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신입직원들도 단 몇 초면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의 효율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죠."
휴맥스는 영국, 중동, 독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16개 해외 법인의 생산 현황과 재고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체계화 했다.
다만 공급망 관리(SCM)는 꼬인 매듭을 푸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원인이 결과를 흔들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을 흔드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수 없는 시행착오 끝에 똑같은 문제를 겪은 회사의 해결방법을 얻는 선택을 했다.
"프로세스가 우리 회사만의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해결해 놓은 모델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이를 도입해 해결하는 방식이 가장 빠릅니다. 지식이 있기 때문에 성공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이죠. 지금 휴맥스의 납기 준수율은 90%가 넘습니다. 재고 손실은 한 때 100억원이 넘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매출이 크게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10분의 1도 안됩니다. 일이 물 흐르듯 처리되고 있다는 방증이죠."
◆ "국내 벤처기업, 혁신은 필수 코스"
휴맥스가 겪은 '성장통'은 단순히 이 회사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다. 최근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이 가입한 '벤처 1000억 클럽'과 유명 화장품 개발·제조 전문업체, 바이오인식 전문기업 등이 휴맥스의 혁신을 배우려 노크를 했다.
이 전무는 국내 대부분 벤처기업들에게 혁신은 '필수 코스'라고 잘라 말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창업자가 IT 기술자는 아닙니다. 미국 기업들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급속도로 성장해도 다양한 전문가들을 영입하면서 운영을 잘 조직화합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다릅니다. 대부분 중소·중견기업 CEO(최고경영자) 들은 한 분야의 전문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클 수 밖에 없는 구조이죠."
다만 CEO가 '이제 정말 바닥이구나' 하는 강렬한 위기의식을 갖는다면, 오히려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CEO가 임원, 임원이 팀장, 팀장이 팀원에 공식적인 미션을 주고 현업에서 '혁신'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회사 전체가 '혁신'으로 조직화 됐을 때 효과가 극대화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 휴맥스 제 2의 혁신 스토리는?
또 혁신의 바탕에 성과평가(KPI)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이 전무는 수 차례 강조했다. 인사고과 수단인 KPI와 혁신을 연관 지으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보통은 매니저가 개별 직원을 평가합니다. 그러나 혁신은 개인 스스로가 해야 합니다. 스스로 지시하고 속도계를 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평가와 연결시키면 거짓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어떻게 되어 가는지 잘 볼 수 있는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 문화가 뒷받침 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감추지 않고 바로 드러낼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휴맥스의 임원들은 접대비 등 소모성 경비를 가감 없이 공개할 정도로 강한 문화를 만들어 냈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지난해 휴맥스의 매출은 1조243억원을 기록했다. 셋톱박스 사업을 시작한 1997년 이후 14년간 70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40년간 국내 창업 기업 중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곳은 휴맥스를 비롯 웅진, 이랜드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총 임직원 수는 859명으로 창업 첫 해에 비해 70% 늘었다. 그러나 현재 이직률은 5%가 채 안된다. 200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발, 마케팅, 품질, SCM 등 회사 전 분야에 걸쳐 혁신활동에 주력해 이뤄낸 성과라고 자부한다.
휴맥스는 기술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 케이블TV 사업자 티브로드에 차세대 웹표준인 HTML5 기반의 스마트 셋톱박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지난달 티브로드가 출시한 차세대 방송 서비스 '스마트 플러스' 지원 제품으로 HTML5 기반의 플랫폼으로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제품이다.
사용자는 해당 제품을 TV에 연결하면 스마트 TV와 동일하게 인터넷 검색과 어플리케이션ㆍVOD 등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개방형 플랫폼 HTML5 기반의 스마트 TV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한 것은 구글 TVㆍ안드로이드 등 특정 플랫폼의 지배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로도 평가되고 있다.휴맥스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간의 혁신 노하우를 관계사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전무는 "휴맥스는 이미 제 2의 혁신 스토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글=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사진=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jinhk@hankyng.com
이러한 성공의 중심에는 혁신실이 있다. 혁신실은 2004년 12월 회사가 망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할 당시 설립됐다. 창업 멤버인 이용훈 휴맥스 혁신실장(전무)이 변대규 사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지난 9년간 이끌어 왔다. 영업맨 출신인 그가 '성장통'을 앓고 있던 휴맥스를 '혁신'하기까지 성장담을 들어봤다.
◆ 매출 3000억 벽에 부딪히다…"혁신만이 살 길""휴맥스의 매출은 1997년~1999년 150억원 대에서 540억원 대로, 2000년에는 1400억원으로 급성장했습니다. 그러나 2001년부터 4년 간 매출은 3000억원 대에서 정체됐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그 만큼 체계도 잡았어야 했는데, 생산이 곧 매출로 이어질 것이란 안일한 생각을 했던거죠.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휴맥스는 창업 첫 해인 1989년 매출액이 1억2500만원에 불과했다. 정부와 민간연구소, 기업 등의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회사를 운영했다. 주로 공장 자동화와 관련된 용역사업, 비디오 신호 처리보드 등 뚜렷한 사업전략 없이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기회는 1991년에 찾아왔다. 여러 제품을 개발하다 내놓은 PC용 영상처리보드가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때마침 노래방 '붐'이 일면서 노래반주 영상에 가사를 띄울 수 있는 이 기술이 큰 호응을 얻었다. 휴맥스는 노래방 기계 사업으로 번 돈을 모두 디지털 셋톱박스 개발에 투자했다. 세계 3번째로 디지털 위성방송용 셋톱박스 개발에 성공하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제 2의 도약기를 맞았다.회사가 성장하면서 직원 수도 크게 늘었다. 창업 초기 직원 수는 11명에 불과했지만 2000년 183명, 2004년 569명에 달했다. 그러나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조직이 갑자기 커지다 보니 하는 일마다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드는 비용도 갈수록 커졌습니다. 10개월을 예상하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평균 17개월이 걸려야 끝났고, 하루에 생산이 9번씩도 중단됐습니다. 원자재가 제때 도착하는지 제품 개발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전혀 파악할 수가 없었죠."
당시 직원들의 이직률도 10~20%대로 높아졌다. 이 때 변 사장의 머릿속에는 '혁신'이라는 말로 가득찼다고 한다. 또 '혁신'을 꾀하기 위해서는 오직 그것만 고민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 전무가 혁신실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4명의 초기 멤버와 함께 '혁신'에 나섰다.◆ 'S자' 성장곡선,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오랜시간 끝에 내린 결론은 '혁신'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성장곡선은 'S자'를 그립니다. 한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계점을 벗어나는 순간 갑자기 성과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추진력과 기다림이 필요한 거죠."
이 전무는 혁신실 초기 2년간은 '혁신'에 대한 개념을 잡고, 연구하는 데에만 몰두했다.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이었다. 가장 큰 해답은 그리나(Frank M. Gryna)의 '품질경영학'이란 책에서 얻었다.
"'품질경영학'의 핵심은 품질을 올리면 원가와 시간에서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품질이 제품의 질을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업무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휴맥스의 경우 과거 재작업이 많아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바로 이 순간,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면 품질도 높아지고 재작업도 훨씬 줄어들게 됩니다."
이러한 품질경영을 위해서는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능력이 뛰어난 직원 300명을 모아 놓는다고 훌륭한 결과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결론이다.
"신입 직원 한 명이 밥 값을 하기 위해서는 통상 1년이 걸립니다. 한 제품을 개발할 때 80%는 기존 제품을 참고하고, 나머지 20% 수준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합니다. 그런데 기존 80%를 파악하기 위해 1년이 걸립니다. 휴맥스는 프로세스를 갖추는데 투자를 많이하고, 투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신입직원들도 단 몇 초면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의 효율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죠."
휴맥스는 영국, 중동, 독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16개 해외 법인의 생산 현황과 재고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체계화 했다.
다만 공급망 관리(SCM)는 꼬인 매듭을 푸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원인이 결과를 흔들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을 흔드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수 없는 시행착오 끝에 똑같은 문제를 겪은 회사의 해결방법을 얻는 선택을 했다.
"프로세스가 우리 회사만의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해결해 놓은 모델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이를 도입해 해결하는 방식이 가장 빠릅니다. 지식이 있기 때문에 성공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이죠. 지금 휴맥스의 납기 준수율은 90%가 넘습니다. 재고 손실은 한 때 100억원이 넘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매출이 크게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10분의 1도 안됩니다. 일이 물 흐르듯 처리되고 있다는 방증이죠."
◆ "국내 벤처기업, 혁신은 필수 코스"
휴맥스가 겪은 '성장통'은 단순히 이 회사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다. 최근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이 가입한 '벤처 1000억 클럽'과 유명 화장품 개발·제조 전문업체, 바이오인식 전문기업 등이 휴맥스의 혁신을 배우려 노크를 했다.
이 전무는 국내 대부분 벤처기업들에게 혁신은 '필수 코스'라고 잘라 말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창업자가 IT 기술자는 아닙니다. 미국 기업들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급속도로 성장해도 다양한 전문가들을 영입하면서 운영을 잘 조직화합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다릅니다. 대부분 중소·중견기업 CEO(최고경영자) 들은 한 분야의 전문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클 수 밖에 없는 구조이죠."
다만 CEO가 '이제 정말 바닥이구나' 하는 강렬한 위기의식을 갖는다면, 오히려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CEO가 임원, 임원이 팀장, 팀장이 팀원에 공식적인 미션을 주고 현업에서 '혁신'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회사 전체가 '혁신'으로 조직화 됐을 때 효과가 극대화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 휴맥스 제 2의 혁신 스토리는?
또 혁신의 바탕에 성과평가(KPI)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이 전무는 수 차례 강조했다. 인사고과 수단인 KPI와 혁신을 연관 지으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보통은 매니저가 개별 직원을 평가합니다. 그러나 혁신은 개인 스스로가 해야 합니다. 스스로 지시하고 속도계를 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평가와 연결시키면 거짓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어떻게 되어 가는지 잘 볼 수 있는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 문화가 뒷받침 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감추지 않고 바로 드러낼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휴맥스의 임원들은 접대비 등 소모성 경비를 가감 없이 공개할 정도로 강한 문화를 만들어 냈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지난해 휴맥스의 매출은 1조243억원을 기록했다. 셋톱박스 사업을 시작한 1997년 이후 14년간 70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40년간 국내 창업 기업 중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곳은 휴맥스를 비롯 웅진, 이랜드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총 임직원 수는 859명으로 창업 첫 해에 비해 70% 늘었다. 그러나 현재 이직률은 5%가 채 안된다. 200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발, 마케팅, 품질, SCM 등 회사 전 분야에 걸쳐 혁신활동에 주력해 이뤄낸 성과라고 자부한다.
휴맥스는 기술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 케이블TV 사업자 티브로드에 차세대 웹표준인 HTML5 기반의 스마트 셋톱박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지난달 티브로드가 출시한 차세대 방송 서비스 '스마트 플러스' 지원 제품으로 HTML5 기반의 플랫폼으로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제품이다.
사용자는 해당 제품을 TV에 연결하면 스마트 TV와 동일하게 인터넷 검색과 어플리케이션ㆍVOD 등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개방형 플랫폼 HTML5 기반의 스마트 TV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한 것은 구글 TVㆍ안드로이드 등 특정 플랫폼의 지배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로도 평가되고 있다.휴맥스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간의 혁신 노하우를 관계사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전무는 "휴맥스는 이미 제 2의 혁신 스토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글=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사진=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jinhk@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