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었는데 돌지 않는다"… LG硏, 지하경제 확대 가능성 제기

화폐환수율↓ 세수부족 우려… LG경제硏 보고서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국정과제로 내걸었음에도 정작 올해 지하경제가 더 확장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21일 '캐시 이코노미의 증가 지하경제 확대의 경고등'이란 보고서에서 "지하경제와 밀접한 현금으로 이뤄지는 경제활동인 '캐시 이코노미' 비중이 증가했다"며 "세수부족·재정악화·세율인상·지하경제 확대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시 이코노미는 각종 경제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현금을 풀었지만 회수가 잘 안 되는 '고인 돈'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조 위원은 유독 화폐발행 잔액이 크게 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화폐발행 잔액이 늘어나는 것은 시중에 현금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말 11.7%던 화폐발행 잔액 증가율은 올해 5월 말 14.9%로 3.2%포인트 증가했다.

돈이 시중에 풀렸지만 회수는 잘 안 된다. 올해 1~5월 한국은행 화폐발행액과 이 기간 한은으로 돌아온 화폐환수액 비율(화폐환수율)은 76.4%에 불과했다. 2007~2008년의 95%대, 5만원 권 발행 이후의 80%대에 견줘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고액권에서 두드러진다. 1~5월 5만 원권 환수율은 52.3%에 그쳤다. 지난해의 61.7%보다 더 낮아졌다.

조 위원은 "화폐환수율 하락은 지갑이나 금고 등에 고인 현금이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동시에 화폐유통 속도까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09년 2분기 34.6배였던 이 지표는 올 1분기 23.2배까지 낮아졌다.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화폐가 실물경제 성장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카드 이용액만 대폭 하락한 점도 캐시 이코노미 확대의 증거라는 설명이다. 지난 1~4월 카드결제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증가율 6.3%보다 3.6%포인트 하락했다. 화폐발행 잔액과 순발행 증가세를 감안하면 카드 결제 상당수가 현금으로 대체되는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은 "현금을 활용한 경제거래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록이 남지 않아 조세 당국이 세원을 발굴·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겼는다"고 설명했다.

지하경제 확대 요인은 자영업자가 많아진 특수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는 현금거래 비중이 높고 거래도 불투명한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국내 지하경제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비중(44.3%)이 자영업 종사가 요인이다. OECD 평균(22.2%)의 두 배에 달한다.

조 위원은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로 5년간 27조 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도리어 현금 선호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캐시 이코노미 확대를 방지하고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려면 국세청의 재산추적기능을 강화하고, 조세회피방지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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