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참의원 선거] 아베, 선거 직후 동남아·중동으로…'反中전선' 구축·세일즈 외교 나서

숨가쁜 순방 일정 이례적 공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직후부터 대대적인 외국 방문길에 나선다. 참의원 선거 승리로 자국 내 정치 상황이 일단 안정된 만큼 이제는 외교적 성과물을 통해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주요 타깃은 동남아시아와 중동으로 잡았다. 이달 25일부터 사흘간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잇달아 방문한다. 아베는 취임 직후였던 지난 1월에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를 찾았다. 집권 8개월 만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가운데 7개국과 정상회담을 하게 되는 셈이다. 아베가 동남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원전 및 인프라 수출 등을 추진하는 일본 기업의 등을 밀어주겠다는 것. 중국과 영토 갈등을 빚는 국가들을 규합해 ‘반중(反中) 전선’을 펴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동남아를 찍은 뒤에는 중동으로 향한다. 다음달 하순께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를 순차적으로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원유 등 자원 확보를 위한 세일즈 외교 성격이 강하다. 9월5~6일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어 곧바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날아가 7일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한다. 이번 총회에서는 도쿄가 유치를 신청한 2020년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된다.

숨가쁜 일정은 10월에도 이어진다. 7~8일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9일부터 이틀간은 브루나이에서 개최되는 ‘아세안+3’에도 얼굴을 내밀 계획이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일정만큼이나 이례적인 것은 이런 스케줄을 미리 공개했다는 점이다. 아사히신문은 “선거 뒤의 외교 일정이 이처럼 상세하게 알려진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로 아베 총리가 그만큼 장기 집권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일본 총리들은 1년마다 연례행사처럼 바뀌는 바람에 장기적인 외교 일정을 자신 있게 확정하지 못했다. 2007년 9월엔 당시 아베 총리가 갑자기 물러나는 바람에 미리 일정을 잡아 놓았던 유엔 총회에 총리는 물론 외무상까지 참석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